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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재 칼럼]북핵과 박 대통령의 '순수한'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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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제5차 핵실험에 대한 정부의 초강경 대응이 잇따르는 가운데 북한의 핵사용이 의심되면 평양을 지도상에서 완전히 없앤다는 응징 개념을 세웠다는 보도까지 나오고 있다. 군의 ‘대량응징보복’이라는 작전 개념은 북한이 이상 징후를 보일 경우 평양 일정지역을 정밀타격해 지도상에서 완전히 지울 정도로 철저한 보복을 가한다는 것이다. 북한의 전쟁지휘부를 궤멸시켜 국가처럼 기능할 수 없게 만들겠다는 것인데, 우리 군의 결연한 각오와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일단 보고 싶다.

그러나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과연 그것은 ‘개념’정도가 아니라 ‘계획’이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인가. 그렇다면 그 계획은 과연 실현 가능한 것인가. 또 군은 국민들에게 북한과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어주려는 것인가.
북한 지도부를 정밀타격해 와해시킨다는 발상이 얼마나 현실성이 있는 것인지는 선례를 통해 유추할 수 있을 듯하다. 이라크 침공 초기 미군은 사담 후세인을 죽이려고 했지만 놓쳐버렸다. 어제 15주년을 맞은 9?테러의 주범 오사마 빈 라덴을 총력 추격전 끝에 사살한 것은 10년이나 지난 뒤인 2011년이었다. “정밀타격론은 희망이며 매우 위험한 전략”이라는 외국 전문가의 지적이 바로 나오는 것처럼 김정은과 북한 지도부가 일거에 완전 제거되지 않는 한 정밀타격은 전면전으로 비화될 것이다. ‘평양 불바다’는 ‘서울 불바다’를 부를 것이다. 국내총생산이 북한의 46배(2014년)나 되고, 국방예산으로 44배(2014년)나 쓰는데도 남한의 군사력이 열세라는 국방부의 주장대로라면 북한은 그 우세한 군사력으로 남한 전역을 공격해 올 것이다.

그럼에도 승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는 것인가. 그러니까, 우리 국방 당국의 목표는 전쟁 억지가 아니라 승전인 것인가. 국민의 생명을 건 이런 전략이 진짜 실행될 계획이라고 믿고 싶지는 않다. 북한을 향한 선포이며 제스처라고 보고 싶다.

그러나 문제는 이 같은 엄포와 제스처가 거의 전부인 듯한 상황이다. 공허한 ‘말 폭탄’들, 더 강경하고 단호해지지만 그럴수록 공허한 말이 남발되고 있다. 그런 상황은 누구보다 군 최고 통수권자로부터 비롯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북핵 실험 직후 안보상황 점검회의를 연 자리에서 “북핵 대응이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고도 말했다. 그러나 ‘완전히 다른’대응에는 무엇이 있을 수 있을까. “가능한 모든 제재수단”은 이미 거의 소진됐다. 내부적으로는 올해 1,2월 북한의 4차 핵실험과 로켓 발사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고 개성공단 가동을 전면중단했다. 대외적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추가 제재 논의를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비군사적 조치로는 가장 강력하다’는 3월 안보리 결의 2270호를 넘어서는 어떤 결의가 가능할지 의문이다. 국제사회에서의 ‘전방위 대북 압박’기조는 사드 배치 결정으로 중국과 러시아와의 공조에 균열이 생긴 상황에서 더욱 어려워졌다.
북핵 문제는 양자택일과 이분법의 단선적 시각으로는 풀 수 없는 문제다. 안보점검회의에서 나온 “김정은의 정신상태가 통제불능”이라고 한 박 대통령의 말 속에 담긴 ‘비이성적인 김정은만 제거되면’이라는 식의 인식에서 ‘정밀한 전략’이 나오긴 힘들어 보인다.

군의 엄포나 대통령의 강경 발언이 일종의 ‘퍼포먼스’일 순 있다. 중요한 건 퍼포먼스 이상의 전략과 구상이 있느냐다. 퍼포먼스를 넘어서는 대응, 그 출발은 “사드 반대하는 이들은 불순 세력”이라고 하는 것과 같은 ‘순수한’사고에서부터 벗어나는 것이다.






이명재 편집위원 prome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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