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우 수석은 당당했다. 정상적으로 참석한 것은 물론 옆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 회의장 밖에서 환히 웃는 모습까지 카메라에 포착될 정도로 그는 최소한 외견상으로는 놀라울 정도로 의연해 보였다. 탈세, 부동산 위장거래, 농지법 위반, 가족 소유 회사의 탈세, 아들의 군 복무 특혜 의혹까지 받고 있지만 흔들림이 없다. 그렇지만 그의 내심은 다르지 않을까. 여기서 물러나면 걷잡을 수 없다는 위기감, 혹은 민정수석의 직책을 내려놓지 않아야 자신이 인사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검찰의 수사 예봉을 피할 수 있다는 계산인 것일까.
갈수록 거센 대립과 논란을 낳고 있는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에서도 하나의 장면이 많은 것을 얘기해 주는 듯했다. 사드 배치 결정에서 여전히 가장 큰 의문은 대체 어떤 과정을 거쳐서 한반도 배치를, 또 성주 배치를 결정했을까 하는 것이다. 그 결정과정을 짐작케 하는 한 풍경이 성주 배치가 발표된 지난달 13일 국방부에 항의 방문한 성주 군민 앞에 선 국방부 차관의 입에서 나왔다. 그는 성주 군민들에게 사과하면서 '성주'를 '상주'로 잘못 말해 군민들의 고함 섞인 지적을 받았는데, 불과 몇 분 뒤 그의 입에서 다시 '상주'라는 말이 나왔다. 성주와 상주를 혼동할 이유가 과연 있을까. 두 지역 간에 70km 떨어져 있지만 비슷한 지명이니 단순한 착각이라고 이해해 줄 수 있을까. 그러나 만약 성주라는 고장에 대해 제대로 따져봤다면, 그래서 이 고장의 '성(星)'이 '별'을 뜻한다는 것, 그래서 이 군의 심벌마크의 붉은 색은 별의 마을인 성주의 빛을 의미한다는 것 정도는 최소한 머릿속에 들어가 있었다면 과연 두 차례나 혼동을 할 수 있었을까. 외교부 장관이 사드 배치 발표 시각에 양복 때문에 멀리 외출을 했던 '희극적' 상황과 겹쳐서 사드 배치 결정의 전모를 추측케 하는 장면이었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이 있듯 사소한 부분에서, 디테일 속에서 결코 사소하지 않은 본색(本色)과 단면을 본다. 우병우 수석의 항변이 우리 사회 엘리트의 한 내면을, 국방부 차관의 거듭된 실수가 우리 공공시스템 운영의 한 실상을 드러낸다. 사소한 것들이 드러내는, 사소하게 봐서는 안 될 우리의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