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구조적으로 보자면 사실 그만의 일은 아니다. "청와대가 창살 없는 감옥일세." 김영삼 전대통령이 재직시절 한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청와대는 대통령의 권력을 받쳐줄 행정부처와 떨어져있다. 대통령의 집무실이 위치한 본관에는 비서실장도, 정무수석도 없다. 전화 바꿔주고, 문서출납하는 두어 명이 있을 뿐이다. 그 외에 누구도 함부로 본관에 가까이 오지도 못한다.
사회구조의 문제도 마찬가지이다. 다음 정권이 처할 상황을 미국과 관련지어 생각해보자.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모든 문제가 불안하다. 그들은 이미 한미FTA 재협상을 협상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방위비를 얼마나 더 부담해야 하는지, 전시작전권은 어디로 갈지 하는 문제는 덤이다. 미국 기준금리가 들썩이니 국내이자율도 오를 것이다. 한계기업과 좀비기업은 차치하고라도 가계대출압박이 이미 폭발할 지경인데 말이다. 경제난도 이미 심각한 상태에 접어들었다. 청년실업으로 대졸자들은 앞이 보이지 않는다. 자영업자가 대책 없이 급증하고 있다. 광장의 축제가 끝나고 제자리로 돌아가면 삶은 팍팍하다. 87년 체제의 불안정성에 97년 외환위기로 고착된 양극화의 구조적 문제가 그대로이다. 자식들의 삶으로까지 이어질까 두려워 촛불을 들고 나선 것이다.
이 산적한 과제의 해결을 누가 뒷받침할 것인가. 행정시스템은 취약하다. 조류독감에 대한 대책이 수천만 마리 살처분이다. 세월호가 침몰할 때 구조를 하기는커녕 참사를 부추긴 관료체제이다. 미세먼지로 서울공기가 세계최악이라는데 화력발전소는 접어두고 중국타령이다. 정당은 더하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정책능력도, 여소야대를 헤쳐 나갈 정치능력도 보이지 않는다.
어쨌든 이 감옥은 권력자 스스로 만들고, 거기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이다. 힘은 그에게 있으니까 말이다. 공생이니 관용이니, 그 자리에서 의지를 발휘하는 것으로는 안된다. 스스로의 마음부터 해방시켜야 한다. 세상에 괜찮은 사람은 많다. 마음을 열고 찾기에 달렸다. 생각이 달라 보여도 얘기를 해보면 접점이 생긴다. 그만큼 믿고 맡길 수 있다. 불신을 버리고, 나 아니면 안된다는 생각을 버리는 것이 분권의 시작이다. 사회구조도 분권도 마음에서 시작한다. 여기에서 실패하면 권력자가 어디 있든 그곳이 감옥이다. 제왕적 대통령의 업보다.
김환학 서울대 행정연구소 특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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