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관제실에서는 닐슨이라는 관제사 혼자서 2m 간격의 모니터 두 대를 지키고 있다가 접근 중인 두 항공기가 충돌할 때까지 아무런 경고도 보내지 못한 것이다. 국민의 안전은 경영효율화에 양보할 수 없는 영역인데, 이를 민간에 맡기었고, 그 민간회사가 이윤극대화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인원부족으로 인한 재난을 초래한 전형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이 회사는 인건비 문제로 충분한 인원을 확보하지 않았고, 2인 1조의 원칙이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여기까지의 경과는 우리에게 여러모로 기시감이 있다.
복잡한 사건이 닥치면 사람들은 보통 제도 탓을 한다. 행위자에 대한 책임을 묻게 되면 누군가를 지목해야 하는 부담감 때문이다. 가해자가 가시적이지 않아 목표를 잘못 정할 위험도 있다. 그러나 제도는 바람 앞의 그물 같은 것이다. 일회용 주사기를 계속 쓰다 다수에게 C형 간염을 감염시킨 다나의원 사태에 대해 의사협회 관계자들은 건강보험 수가가 낮아서 그렇다고 한다. 하지만 보험수가를 인상한다 해도 일회용 주사기를 반복해서 쓰던 자는 계속 그럴 것이다. 나쁜 자는 나쁜 것이다. 칼로예프의 러시아식 해결에 동의할 수는 없지만, 제도로 해결되지 못하는 악에 대한 그의 분노는 이해할 수 있다.
구의역 사고도 그렇다. 물론 일상적으로 안전장치 없이 무모하게 작업을 하는 경우는 많다. 고압이 흐르는 철주에서, 고층건물 마감공사를 하면서, 용광로나 도크 안에서. 하지만 가시적으로 벌어진 구의역 사고에서부터, 누가 고등학교 갓 졸업한 19살짜리를 사지로 밀어 넣었는가를 따져야 한다. 최소한 2인 1조의 작업원칙이 지켜지고, 역 사무실에서는 모니터링과 기관사에 대한 경고가 있었어야 했다. 매뉴얼을 만들고 하청업체를 감독했어야 했다. 왜 작업을 혼자 하고 알리지 않았느냐는 서울메트로의 반문은 뻔뻔하다. 서울메트로는 퇴직하는 노조원 38명을 월 급여 500여만 원에 은성PSD에서 고용승계하도록 강제했고, 그들이 아무 정비기술도 없으니 작업부담은 고스란히 그 공고졸업생과 같이 월급 144만원 받는 비정규직의 몫이니 말이다.
김환학 서울대 행정연구소 특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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