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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시선]정치인의 자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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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학 서울대 행정연구소 특별연구원

김환학 서울대 행정연구소 특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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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이 석 달 남짓 남았다. 선거구가 어찌 될지 불투명해도 정치의 계절이다. 예비후보 등록을 계기로 이 산 저 산 이른 봄꽃 피듯 출마의 변이 만발한다. 비장한 출사표를 앞세우기 전에 '내가 나설 자격이 있는지' 자신을 돌아볼 일이다. 정치인에게는 어떤 자격이 필요할까?

먼저 세련된 정치적 언어를 구사할 줄 알아야 한다. 말에 군더더기가 붙어 오해를 사거나, 감정의 찌꺼기를 절제하지 못해 관계를 불가역적으로 만들지 말아야 한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무소속 의원, 두 초선의원이 서로 할퀴며 결별하는 과정을 보수 메이저 신문은 즐기고 있다. 하지만 방송으로 보도되고 있는 상황인데도 정치인이라는 인사들이 막말을 참지 못하면 이로 인한 사회적 해악도 무시할 수 없다. 정치가 교육적 기능도 갖기 때문이다.
둘째 경제적 안목이 필요하다. 얼마 전 타계한 독일의 전 수상 헬무트 슈미트가 강조한 덕목이다. 정치과정은 결국 이익의 분배를 맥점(脈點)으로 하여 전개되기 때문이다. 정치인이 제시하는 비전이 사기가 되지 않으려면 넓은 시야와 실천능력이 필요한데, 이는 사회 구석구석에 대한 경제적 이해를 하고 있어야 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신용이다. 정치는 폭력이 아니라 말로써 해야 하는데, 그 말을 믿을 수 있어야 함은 당연하다. 그런데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이 되어도 어쩔 수 없는 것이 대의민주주의의 맹점이다. 정당의 역할이 여기에 있다. 정치인이 한 약속은 한 개인으로서 한 것에 불과하여 정당이 정책으로 보증을 해야 한다. 100년 가는 정당이라며 열린우리당을 만든 것에는 문제가 없다. 사과할 일도 아니다. 문제는 당시 아파트 원가 공개를 공약으로 내걸어 과반수 의석을 얻고는, 멋쩍게 웃으며 약속을 물린 후로 연전연패를 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신용을 회복할 궁리를 해야지 빚쟁이처럼 이름을 바꾸며 도망 다닌다고 될 일이 아니다.

돌아보면 여야를 불문하고 수준미달이다. 대통령이 야당 복이 있다는 둥, 여당을 긴장시키지 못하는 야당 때문에 나라가 망할 지경이라는 둥 야유와 조소가 횡행한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근본적인 문제는 정치인의 충원과 평가에 있다. 어떻게 정치에 입문하는가? 누구 아들이고 딸이라고, 회사경영 잘했다고, 금메달 땄다고 금뱃지를 단다. 정치의 전문성이 무시되니, 심지어 입시학원 원장이나 인권변호사, 운동권의 알량한 경력으로 치고 들어온다. 행정부와 사법부의 거물이 되어 힘이 들어간 어깨와 뻣뻣해진 허리로도 기웃거린다. 그들에 대한 평가의 잣대는 앞에 조건으로 내건 절제된 레토릭과 경제적 안목, 신용이 되어야 할텐데 정작 현실은 친박(친박근혜)이냐 진박(진실한 친박)이냐, 또는 친문(친문재인)이냐 반문(반문재인)이냐는 편가르기 뿐이다. 무능한 정상배가 진영논리 뒤에 숨어 잔존하기 딱 좋은 구도이다.

이러니까 이제 막 근대의 문턱을 넘고 있는 남쪽의 대도시 대구에서는 배신의 정치니 진실한 사람이니 하는 주술이 통한다. 물론 그 주술은 촘촘히 짜인 매트릭스로 실현되는데, 이따금 버그(오류)가 나는 모양이다. 어제는 ARS 유선전화로 하는 여론조사의 연령 조작가능성이 대구 동구을에서 드러났다. 집전화가 울려서 들어보면, 기계음으로 뭐라 해서 그냥 끊고 마는 그 여론조사로 후보를 평가하겠다는 것이다. 거대 여당이, 택배도 쓰는 안심번호를 기술적으로 못한다 하여 휴대폰 여론조사를 외면하면서 벌어진 사달이다.

독일의 전 수상 슈뢰더와 맞섰던 강력한 정치인 슈토이버를 실각시킨 정당 내부통제 시스템은 우리에게 먼 일일까? 막스 베버가 제시한 정치인의 덕목인 가치에 대한 신념과 현실에 대한 냉철한 접근 그리고 책임의식에서 출발하자. 정기적으로 전당대회를 열고 계파 간 공개경쟁을 통해 당 노선을 결정해야 한다. 의원총회와 시ㆍ도당대회, 당정회의 등에서 계급장 떼고 토론해야 한다. 여기서 비전과 정책적 합리성, 그리고 추진력을 입증한, 즉 리더십을 갖춘 이가 능력에 걸맞은 역할을 맡아야 할 것이다.

김환학 서울대 행정연구소 특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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