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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論단弄단] 희망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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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순환 러브레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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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일입니다. 우리는 세밑이면 곧잘 모종의 절망감에 사로잡히곤 합니다. 시간이 이렇게 빨리 흘렀나, 한 해 동안 대체 뭘 한 거지 등등 회한에 젖게 됩니다. 그런데 같은 해(sun)가 떠오르지만 다른 해(year)로 인식되는 1월 1일이 되면 막연하지만 가슴 설레는 희망감에 충만합니다. 그래 뭔가 해보자, 잘 될 수 있을 거야 같은 생각을 하고, 그런 주문을 겁니다. 새해 효과(New year effect)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좀 이상하기는 해도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희망은 어두운 밤의 등대일 수도 있고, 사막의 신기루일지도 모릅니다. 희망을 향해 달려간다고 하는 이도 있고, 희망은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하는 이도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 희망이 있다고 말하는 것은 우둔한 것일 수 있지만, 희망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오만한 것 같습니다. 희망에 대해 있고, 없고를 거론하는 것은 자기 과신이 없으면 대체로 불가능합니다. 희망이란 있거나 없는 것이 아니라, 보이거나 보이지 않는 것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희망은 없고, 누가 봐도 그렇다”고 반박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등산을 할 때 어느 굽이에서 보면 길이 없을 것 같은데, 가까이 가보면 길이 있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희망도 이와 비슷한 것 같습니다. 어느 순간, 어느 위치에서 길이 보이지 않을 뿐인데, 길이 없다고 말하는 것을 오만이라고 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오만은 지금 눈에 들어오는 것을 전부라고 여김으로써, 현재를 절대화하는 바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만과 달리, 겸손은 희망과 친구가 될 수 있습니다. 누군가 제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 “겸손해야만 세상이 제대로 보인다.”겸손은 아는 것을 모른다고 거짓으로 자신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아는 것이 틀릴 수 있다는 것을 항상 깨닫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희망은 꼬장꼬장한 노인처럼 예의에 민감합니다. 희망은 자신이 보고 들을 것을 맹신하지 않는 겸손에게만 손을 내밉니다. 그렇기 때문에 유식자(有識者)보다는 무식자(無識者)가 희망을 더 잘 찾기도 합니다. 겉보기엔 겸손이 유약하지만, 실제로는 오만보다 유능합니다.

겸손은 또한 용기의 심장이 되기도 합니다. 용기의 근육에 피가 돌게 하는 것은 겸손입니다. 희망이 없어 보이는데도, 포기하지 않는 것은 희망 앞에서 겸손하기 때문입니다. 그 겸손이 용기를 불러일으킵니다. 그래서 전세가 기울어 보여도 싸울 수 있는 것입니다. 공포에 휩싸인 눈동자가 보는 것을 믿는 것이 아니라, 적진을 향해 발사되는 총탄에만 의미를 부여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희망이 없다고 말하며 포기하는 것은 오만이거나, 비겁입니다. 혹은, 짝을 이루기를 좋아하는 오만과 비겁의 합작품일 것입니다. 겸손만이 희망을 보고, 용기를 만듭니다.

윤순환 러브레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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