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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농단]'박근혜 이후'는 '박정희 이후'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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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천 전 국회 보좌관

최병천 전 국회 보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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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박근혜-최순실 헌정유린 사태' 전체를 지켜보며 두 가지 의문을 갖는다. 첫째, 박근혜는 어떻게 '검증의 필터링'을 통과해서 대통령이 될 수 있었을까? 한국에서 대통령이 되는 검증 필터링이 이렇게 허술하단 말인가? 예컨대, 1998년 국회의원에 당선된 박근혜가 2004년 한나라당 대표로 취임한 이래, 보궐선거를 포함해 지방선거와 총선 그리고 대선 등 거의 모든 선거에서 승리했다. 그래서 붙은 별명이 '선거의 여왕'이다. 민주당(혹은 열린우리당)은 도대체 누구에게 패배한 것일까? 박근혜에게 지시한 최순실? 문고리 3인방? 아니면 정윤회? 민주당은 도대체 누구에게 패배했던 것일까?

둘째, 미르재단과 K스포츠 재단에 필요한 돈을 재벌들에게 삥 뜯기, 영화 '변호인' 등을 만들었다는 이유로 CJ기업 이미경 부회장에 대한 사퇴압력, 학칙까지 변경하며 이뤄진 정유라의 이화여대 입학특혜 및 학점특혜, 공무원법에 의해 정년이 보장된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에 대한 강제해직. 이렇게 터무니없는 요구와 강압이 '관철되는' 메커니즘의 실체는 도대체 무엇인가?
이런 질문들은 이번 사태의 '구조적 원인'이 무엇인지를 묻는 것과 같다. 동시에 '더 나은 대한민국'을 만드는 해법의 실마리를 찾는 작업이기도 하다. 결론부터 말해, 두 가지 질문은 하나의 해답으로 귀결된다. 그것은 '박정희 체제'이다. 민주당이 선거에서 연전연패를 당한 대상은 '박정희를 대표한' 박근혜였다. 박근혜의 진짜 배후는 최순실이 아니라 박정희다. 검찰과 대기업, 고위 공무원, 학교, 언론에 이르기까지 터무니없는 요구와 강압이 관철된 이유도 '박정희와 같은' 통치방식을 썼기 때문이다. 국정원을 통한 뒷조사,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 남용, 국세청의 세무조사, 그리고 금융감독원과 공정거래위원회 등을 통한 '기업 털기' 협박이 그들이 사용한 수단들이다. 한마디로 '주먹에 의한 지배'이다.

그런데 '국민들이 환호한' 전자(前者)의 박정희와 '주먹에 의한 지배'로 상징되는 후자(後者)의 박정희는 다르다. 앞부분의 박정희는 '경제적 고도성장'을 상징한다. 뒷부분의 박정희는 '주먹에 의한' 권위주의적 통치를 상징한다. 주먹에 의한 권위주의적 통치와 경제적 고도성장의 공존, 이 지점에서 박정희 신화와 박정희 딜레마가 동시에 발생한다. 민주화로 박정희 신화는 죽은 것처럼 보였다. 박정희 신화를 부활시킨 것은 민주화 이후, 김대중-노무현 정부로 이어진 '민주정부 10년'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과 좌절이다. 마르크스가 "역사는 두 번 반복된다. 한번은 비극으로, 또 한 번은 희극으로"라고 표현한 것처럼, 다시 등장한 박정희는 조롱의 대상으로 전락하는 것처럼 보인다. 무엇보다 역설적인 것은 박근혜가 박정희 우상을 해머로 박살내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여전히 질문은 남는다. '박정희 이후' 대안적 사회경제체제는 무엇인가? 그동안 죽은 박정희는 살아있는 민주화세력을 제압할 수 있었다. 왜? 어떻게? 그 힘의 근원은 그동안 민주화 세력이 박정희가 만든 국가운영원리를 대체하는 대안을 만들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박정희 이후' 대안적 사회경제시스템의 창출, 여전히 이 질문이 민주화세력이 마주해야 할 화두의 핵심이다. 박근혜 이후는, 오직 박정희 이후일 때, 온전히 실현될 것이다.






최병천 정책혁신가·전 국회의원 보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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