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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설마의 현실화, 블랙스완의 전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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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호 정치경제부장

박성호 정치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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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의 '현실화'가 2016년 전 세계를 달구고 있다. 현실세계에서 실제 일어나기 힘들어서 '블랙스완(Black Swan)'이라 부르지만 올해는 백조만큼이나 흔해졌다.

시계열로 보면 이렇다.
지난 5월 로드리고 두테르테 디바오 시장이 필리핀 대통령에 당선됐다. 인권 고려 없이 마약범을 즉결처형하고 막말을 일삼던 그다. 두테르테 시장이 대선에 나왔을 때 '필리핀 국민도 꽤나 답답하겠다'고 웃어 넘겼을 정도다. 그는 지금도 오락가락 외교 행보와 인권을 무시한 마약과의 전쟁으로 전 세계를 경악시키고 있다. 필리핀 내부에서는 그의 대담하고 파격적인 정책에 박수를 보내는 이가 있겠지만 3자적 시각에서 두테르테 대통령으로부터 안정감을 찾을 수 없다.

6월에는 브렉시트(Brexit), 즉 영국의 유럽연합(EU)탈퇴가 국민투표에서 가결됐다. 난민 유입과 일자리 문제, 재정우려 등에 따른 민심 이반현상 조짐이 있었지만 그렇다고 영국민들이 EU의 둥지를 정말 떠날지 전 세계는 예상치 못했다.

우리나라에서는 9월부터 사달의 조짐이 나타났다. 7월에 한 종합편성 채널이 미르재단 자금 모집 과정에서 청와대의 개입(외압) 가능성을 보도했지만 관계자들의 '부인'으로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그러나 10월 jtbc 보도로 상황은 급반전했다. 이 매체는 최순실씨가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태블릿PC를 입수해 최씨가 박근혜 대통령 연설문을 사전에 열람, 수정했다고 보도했다. 의혹은 사실로 드러났다.
우리 국민들은 '설마'했다. 설마는 끝도 밑도 없는 추악한 박근혜 정권의 치부를 현실세계로 끌어들였다. 지옥의 문이 열릴 것으로 상상조차 못했지만 결국 스스로 '상상력의 부족'을 탓해야만 했다. '설마'의 현실화에 절망한 100만 촛불이 지난 주말 광화문에 집결했다.

11월에는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차기 대통령에 당선됐다. 온갖 성추문과 인종차별 막말의 대명사이자 세계 경제를 냉동시킬 수 있는 고립주의를 천명한 트럼프였다.

갈수록 커지는 부의 불평등을 조금이나마 해소하고 일자리를 한 개라도 더 늘리려는 절박감, 그리고 부패한 정권을 바꿔야 한다는 민의에 순응할 도리 밖에 없다.

두테르테나 트럼프는 '결정론'을 거부했다. 세상의 모든 일은 우연이나 선택의 자유에 의해 일어나는 게 아니라 일정한 인과관계 법칙에 따라 결정된다는 게 요지다. 두 사람은 '바꿀 수 있다. 바꾸겠다'고 장담했고 그 나라 국민들은 이에 환호했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질서를 좋아한다. 이에 따른 안정성과 연속성을 선호한다. 이런 본능을 거스르는 결과가 세계 곳곳에서 나오는 건 우리가 혁명적 격변의 시대에 살고 있음을 뜻한다.

미국과 영국, 필리핀이 파괴적인 극단의 선택을 마쳤다면 우리나라는 언제쯤 최순실 국정농단 트라우마에서 벗어날지 기약할 수 없다는데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

5% 지지율의 박 대통령은 이미 식물상태다. 2선 후퇴든 탄핵이든 하야든 그가 어떤 선택지를 집어 들더라도 대한민국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전으로 돌려놓을 수 없다. 이런 비상상황에서 여야 잠룡들의 머릿속은 시민들의 촛불을 등에 업고 무주공산 청와대 안방에 가능한 빨리 무혈 입성할 욕심만 가득 차 있다.

경영의 신으로 불리는 이나모리 가즈오 교세라 명예회장은 "높은 뜻을 품고 맹렬한 투지로 개인적인 욕심을 버리고 집단을 이끄는 지도자를 '리더'"라고 불렀다. '리더'가 되고 싶다면 청와대가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과 경제, 안보상황만 오롯이 바라봐야 한다. 전광석화보다 더 짧은 시간에 '잠룡'이 '잡룡'으로 추락할 수 있다.
 







박성호 정치경제부장 vicman120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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