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란다 꽃나무들에 물을 주던 아내가 오늘 아침 신기해하며 소리를 칩니다. 집에 세 개의 화분에 동양란을 키우고 있는데 두 달 사이에 바통터치를 하듯이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난을 키워 본 경험이 있는 분들이라면 동양란이 꽃을 보여주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란 것쯤은 대부분 알고 계실 것입니다. 난에 꽃을 틔울 정도이니 저의 집 거실 정원의 푸르름은 자랑할 만합니다.
이렇듯 살아가면서 의도하지 않았지만 예상과 다르게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온 경험이 저에게 한가지 더 있습니다. 그것은 인사하는 습관에 관한 것입니다. 저는 한 번 본 사람의 얼굴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버릇이 있습니다. 친구들은 이런 저를 보고 '안면인식 장애'를 갖고 있다고 놀리곤 했었습니다. 문제는 직장에 입사하고 난 다음에 벌어졌습니다. 푸르덴셜 생명에 입사하기 전에 근무했던 곳은 한 건물에 4개의 그룹사 전체가 입주해 있었습니다. 경력사원으로 입사 후 계열사를 돌며 저보다 높은 상사 분들께 인사를 드렸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었습니다. 쉽게 얼굴을 기억하지 못하니 혹시라도 인사를 안 하고 지나치게 되면 낭패를 당할 수 있으니까요.
고민 끝에 저는 출근한 다음 날부터 그 건물에서 보는 모든 사람에게 인사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청소하시는 아주머니, 경비원 아저씨를 비롯해 남녀노소,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일단 건물에서 보는 모든 사람에게 인사를 하면 절대로 실수할 일이 없을 것이라 판단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의도는 저를 '괜찮은' 사람으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무려 2년 가까이 하루도 빠짐없이 인사를 하다 보니 저에게 인사하는 습관이 생긴 것에 더해 그룹사의 많은 분들 사이에서 제가 예의바른 사람으로 회자되고 있었던 것입니다. 당연히 보험 영업을 시작했을 때 큰 도움이 되었던 것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입니다.
이명로 푸르덴셜생명 이그제큐티브 라이프플래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