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북한 전문가들은 1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신년사에서 '3대 포인트'를 주목해야한다고 평가하고 있다. 올해 초에 북한 내부는 물론 국제사회에서 큰 변화의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되면서 북한의 향보를 예상할 수 있는 잣대가 되기 때문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올해 예년과 비슷하게 전체 신년사의 4분의 1 가량을 남북관계부문에 할애하면서 남북대화 개최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2014년 신년사 이후 일관되게 요구해온 정치적 비방ㆍ중상 중단과 군사적 대결 중단을 남북관계 개선의 핵심으로 제시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여부를 둘러싼 남한내 갈등구조의 틈을 비집고 들어가려는 의도로 보인다"며 북한의 '남남갈등' 조장 의도를 지적했다.
김정은은 또 자신의 '능력 부족'을 거론하는 등 최고 지도자로서는 극히 드문 '자아비판' 성격의 발언을 해 주목된다. 김정은은 신년사에서 "한 해를 시작하는 이 자리에 서고 보니 나를 굳게 믿어주고 한 마음 한 뜻으로 열렬히 지지해주는, 세상에서 제일 좋은 우리 인민을 어떻게 하면 신성히 더 높이 떠받들 수 있겠는가 하는 근심으로 마음이 무거워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핵보유에 대한 욕심은 감추지 않았다. 김정은은 20일 취임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차기 대통령을 향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카드를 내비침에 따라 올해도 한반도 정세는 격랑에 휘말릴 전망이다. 남한을 향해서는 권한정지 상태인 박근혜 대통령 측과 그 외 국민을 분리하는 화법을 구사하는 동시에 관계 개선을 거론함으로써 북한에 상대적으로 유화적인 정권 출범에 대한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이런 북한의 신년사 메시지에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 후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한반도 정세에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가 무시하거나 오바마 행정부의 강경 제재ㆍ압박 기조를 이어가는 전략으로 나올 경우 북한의 ICBM 발사 등 도발은 예정된 수순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결국 '거래의 달인' 트럼프에게 '우리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하고 핵ㆍ미사일 동결을 목표로 한 협상을 서두르지 않으면 더욱 비싼 값에 거래를 강요당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보낸 셈이었다.
그러나 김정은이 작년의 성과를 언급하는 맥락에서 ICBM을 거론했다는 점에서 'ICBM 카드'를 대놓고 흔들었다기보다는 슬쩍 비춰준 수준이었고, 트럼프의 실명도 거론하지 않았다. 이는 예측불허인 트럼프를 불필요하게 자극하지 않으려는 포석이자, 아직 트럼프의 취임후 대북 '일성'을 듣지 않은 만큼 좀 더 지켜보자는 의중으로 풀이된다.
시기적으로는 북한이 8일 김정은 생일이나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일 이전에 ICBM 시험 발사 능력을 과시한 뒤 3월 진행될 '키리졸브' 한미 연합 군사연습을 계기로 핵실험을 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제도통일이나 반공화국 붕괴소동에 반대하고 정치 군사적 평화공존을 핵심적 의제로 간주하고 있다"면서 "경협 등 기존의 화해협력 접근보다 두 개의 조선 전략으로 서로 욕하지말고 싸우지말고 평화공존하는 데 강조점을 두고있다"고 분석했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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