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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의학칼럼] 여성성과 남성성을 겸비한 지도자-황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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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은 국민 투표로 선출된 ‘여성’ 대통령이다. 이는 근대 민주주의의 종주국인 미국에서도 달성하지 못한 일이다. 그래선지 취임 초부터 유난히도 ‘여성성’을 드러내는 행태를 보였다. 우선 취임 당일 행사용 의상만 하더라도 장소를 옮길 때마다 5벌(양장 3벌, 한복 2벌)을 번갈아 입으면서 중년의 여성미를 뽐냈다. 영부인의 역할이 강조되는 미국에서도 대통령 취임식 날 영부인의 의상은 통상 취임식장용 정장과 축하 파티용 드레스 등 2벌이다.

건강을 관리하는 주치의 선정에 있어서도 박 대통령은 여성성을 상징하는 산부인과 교수를 지명했다. 국가 원수의 건강은 국운이 좌우될 수 있는 국가적 사안이다. 따라서 주치의를 중심으로 각 분야 명의들로 구성된 청와대 의무시스템에 의해 관리를 받는다. 대통령의 전반적인 건강 상태를 1차적으로 파악하는 임무는 주치의 몫이며, 세부 진료가 필요할 땐 주치의가 각 진료과별로 구성된 자문의사에게 의뢰한다. 자연 박정희·전두환·노태우·김영삼·김대중·노태우·이명박 등 모든 대통령의 주치의에는 내과 전문의가 임명됐다. 의학적 견지에서 보면 여성 대통령이라고 해서 산부인과 전문의를 주치의로 임명하는 것은 남성 대통령이 비뇨기과 전문의를 주치의로 정하는 것만큼이나 매우 이례적이며 낯설다.
대통령의 여성성은 최근 최순실 게이트로 검찰 수사에 직면한 상황에서도 강조돼 선임된 변호사는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이 여성으로서의 사생활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처럼 재임기간 내내 여성성을 강조한 탓인지, 대통령이 검찰에 의해 피의자로 지목되면서 사회 일각에서는 “역시 여자는 문제”라는 말이 들려온다. 과연 박대통령을 실패한 여성 대통령으로 봐야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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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정치인 박근혜는 아버지 후광으로 탄생했다. 박정희 대통령 없는 박근혜 대통령은 상상하기 힘들다. 따라서 실패한 대통령이 된 이유도 여성성에서 찾을 게 아니라 아버지의 뒤를 이은 일종의 ‘세습 정치인’의 틀 안에서 밝혀내야 한다.

박 대통령이 영부인 역할을 하면서 현실 정치를 접했던 시기는 대한민국이 ‘대통령의, 대통령에 의한, 대통령을 위한’ 헌법인 유신헌법이 지배하던 시절이다. 현재 검찰이 대통령을 피의자로 지목하게끔 만든 국정농단 사건들은 유신정권 시절에는 문제조차 안됐을 것이다. 그러니 박대통령이 측근에게 “내가 뭘 잘못했는데요?”라는 말을 했다는 소식이 크게 놀랍지는 않다.
게다가 경중의 차이는 있지만 대통령 비리 사건은 역대 대한민국 대통령을 지냈던 남자 대통령 통치 시절에도 늘 발생했었다. 굳이 여성 대통령 탓을 할 일은 아니다.

눈을 돌려 보면 메르켈 총리처럼 11년간 독일을 통치하면서 책임 있는 강대국으로 만든 훌륭한 여성 지도자도 눈에 띈다. 물론 동독의 작은 마을 목사 딸로 태어난 메르켈 총리가 살아온 길은 박 대통령과 전혀 다르다. 정치가가 되기 전에는 물리학 박사로 연구소에서 일했고 총리가 된 이후에도 주기적으로 마트를 이용하는 푸근한 어머니 모습이다. 이처럼 좋은 인격과 훌륭한 능력을 가진 지도자는 성(性)적 특징에 의해 결정되지 않는다 .

통상 인간은 성장하면서 타고난 성별에 적합한 정체성과 매력,역할 등을 배운다.흔히 남성미 하면 힘과 지식을 바탕으로 한 단호함과 용맹을, 여성성은 감성적인 부드러움을 떠올린다. 하지만 이는 인간의 생물학적인 특징인 본질을 반영한다기보다는 사회·문화적 가치관이라는 인위적 요소에 더 큰 영향을 받게 된다.

정신의학적으로 인간의 내면 세계에는 타고난 자신의 성(性)뿐 아니라 이성(異性)적 특성도 존재한다. 바람직한 인간이 되기 위해선 여성성과 남성성, 이 두 가지 요소가 조화를 이루며 어우러져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남성은 자신의 내면에 존재하는 여성성인 ‘아니마’를, 여성은 남성성인 ‘아니무스’를 부지런히 개발해서 남성미와 여성미를 모두 갖추도록 해야 한다.

만일 이런 인간적 본질을 무시하고 남성이 남성다움에만 집착하거나, 여성에게 소녀 시절부터 여성미만을 강조시키면 아니마와 아니무스는 왜곡되고 병든 모습으로 나타나기 마련이다.

예컨대 감수성이나 온화함 같은 여성적 특징이 결핍된 남성은 힘에만 의존하는 폭력적인 인간이 되기 쉽다. 또 의지나 지적 판단력, 결단력 등 남성적 특징을 발휘하지 못하는 여성 역시 늘 나약하고 의존적인 불완전하고 병적인 성인이 된다.

참된 인간의 모습은 슬플 땐 눈물을 보이는 감성이 살아 있는 남자, 지성과 의지를 바탕으로 한 독립적인 여성을 통해서 드러난다.

부디 차기 대통령은 남성적 특징과 여성적 특징을 공유한 사람이 선출돼 양극화로 인해 분열과 대립으로 치닫는 우리 사회를 조화로운 상생의 공동체로 변모시켜 주기를 바랄 뿐이다.

황세희 국립의료원 공공보건연구소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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