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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의 서재에서]경영혁신? 전쟁史에 답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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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승용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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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승용 논설고문(얼굴)의 '리더의 서재에서'는 CEO와 경제지식인들의 지적보고(知的寶庫)를 탐방해 깊이있는 성찰의 결과들을 함께 음미하는 자리가 될 것입니다. 윤 고문은 언론사 기자 출신으로 국방홍보원장,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냈으며 저서 <언론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 등을 출간했습니다.

[아시아경제 윤승용 논설위원]전쟁에 꽂혀 전쟁경영 전문가 된 임용한 KJ&M 인문경영연구원 대표

목사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대학 진학시 신학과를 선택했던 임용한의 캠퍼스 생활은 도무지 어딘가 허전하기만 했다. 성경책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고민을 거듭하다 그 답을 찾았다. 어린 시절부터 항상 가까이했던 역사책의 환영이 그를 이끌었다. 졸업후 다시 사학과에 편입해서 역사를 천착했다. 특히 인간이란 존재가 가장 극단적으로 저지르는 일탈된 행태인 '전쟁'에 관심이 꽂혔다. 연구실에서 역사서와 병법서를 닥치는 대로 섭렵했다. 이를 토대로 전쟁에서의 승리와 기업경영에서의 성공이 결국 같은 논리로 작동한다는 사실을 깨닫게됐다. 그는 <세상의 모든 혁신은 전쟁에서 탄생했다>를 비롯한 여러 저작을 통해 특유의 전쟁경영론을 제시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전쟁이라는 역사에서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으로 군 자기계발프로그램인 Mkiss와 삼성경제연구소의 Seri CEO에서 '전쟁으로 보는 경영의 지혜'를 강연하는 한편 2008년부터 <동아비지니스리뷰>에 '전쟁과 경영'을 연재중인 임 대표를 서울 강남의 연구소에서 만났다.
임용한 KJ&M 인문경영연구원 대표

임용한 KJ&M 인문경영연구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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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신학을 하다 다시 사학을 전공한 이유는?
▲목사였던 아번님의 영향으로 신학과로 진학했다. 하지만 어린 시절부터 좋아했던 역사책에서 비롯된 본능은 어쩔 수 없었던 것 같다. 다시 사학과에 편입했는데 학교에서 배우는 역사는 도무지 납득할 수가 없는 이상한 설명이 많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교과서와 역사관이 크게 몇 번 바뀌었다. 그 중에는 내가 어릴 때 생각했던 대로 가는 것도 있었고, 다시 반대로 가는 것도 있었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궁금했다.
-<시대의 개혁가들>이란 책을 썼는데 진정한 개혁가는 어떤 사람인가?
▲2가지가 필요하다고 본다. 시대의 변화, 미래를 보는 올바른 통찰력과 사명감이다. 통찰력은 있어도 사명감이 없으면 그 통찰을 악용한다. 사명감이 있어도 통찰력이 없으면 국가와 국민을 더 괴롭게 한다. 한국의 경우는 또 하나가 더 필요한데, 세계를 보고 이해하는 능력이다. 조선이 폐쇄적인 국가이다 보니 이 부분이 너무 안타까운 우리 역사를 만들었고, 지금도 엄청난 사회적 갈등과 낭비를 초래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역사에서 진정한 개혁가 3명을 꼽으라면 누구를 꼽을 수 있는가?
▲조선시대로 한정해서 볼 때 정도전과 조준 (이 둘은 1세트로 통합이 가능하다), 박제가 그리고 우리 역사의 최고의 현군인 세종이다.
-그 배경은 무엇인가?
▲정도전, 조준, 세종, 모두 국가개혁의 문제에 있어서 피상적으로 접근하지 않았다. 또한 이상론과 선입견으로 접근하지도 않았다. 여러 나라의 제도와 경험, 역사에 대한 면밀한 연구를 통해 이상을 추구하되 현실에서 실현가능한, 그러나 최고 수준의 실현가능성을 추구했다.
-여러 책에서 박제가를 높이 평했던데, 박제가가 오늘날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현재 우리 사회의 문제는 식민지 시절의 민족주의와 개발도상국 마인드를 버려야 한다. 오늘날의 논리는 우습게도 17,18세기 논리와 별 다른 것이 없다. 과거 청산은 미래를 통해 이루는 것이지 과거의 논리와 묵은 과제, 그때 하지 못한 것을 하는 것으로 이루는 것이 아니다. 박제가의 경우 개인적으로는 여러가지 단점이 많은 사람이다. 그러나 어떻든 그의 최고의 장점은 이런 국수적 자폐적, 과거적 시각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계몽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이다. 박제가 사상을 요약하면 외국을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배움이 우리 자신을 변화시키는 동력으로 작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제가는 평생 뛰어난 학식과 명쾌한 판단력에도 불구하고 서얼 출신이라는 신분적 제약과 조선의 꽉 막힌 국수주의라는 두가지 모순과 싸워야했다. 그러나 박제가는 차별에 굴하지 않고 치열한 도전정신으로 삶을 개척했고 도약을 꿈꾸었다. 박제가의 외침은 진정한 애국의 길은 무엇이며 감정과 편협을 뛰어넘는 통찰이 왜 필요한 지를 우리에게 묻고 있다.
-'전쟁사’를 깊이 파고 들었던데 우리가 전쟁사를 공부해야하는 이유는?
▲사실 전쟁사를 한 것은 창의와 혁신, 개혁, 자기개발, 사회문제에 대한 종합적 인식 이런 것들의 사례를 찾다가 전쟁을 택한 것이다. 일단 결과가 분명하고 전쟁은 총력전이어서 사회구조, 개혁, 기술, 자본, 역사의식 모든 것이 총체적으로 투영된다.
-역사적으로 가장 높게 평가하는 명장 3명을 꼽는다면?
▲우리 역사에도 여러 명장들이 있지만 대부분 잘 아는 분들이므로 서양사로 한정해서 얘기하겠다. 알렉산드로스대왕(알렉산더대왕)과 프리드리히 2세, 그리고 1,2차세계대전에서 맹활약했던 독일의 명장 하인츠 빌헬름 구데리안을 꼽을 수 있겠다.
-각각에 대해 설명해달라.
▲알렉산더대왕은 병법의 측면에서 보자면 모든 전술이 그로부터 시작되었고, 정말로 전술의 모든 요체를 한 몸에 구현한 영웅이다. 동양의 전쟁사가 손자로부터 시작한다면 서양의 전쟁사는 알렉산드로스로부터 시작한다. 손자가 현대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밖에 없는 전쟁과 전술에 대한 원칙과 원론을 장악하고 있다면, 알렉산드로스는 이른바 세기의 명장들을 만든 고전적인 장점과 전술원칙을 한 몸에 구현하고 있다. 이것이 그가 전쟁사의 첫머리에 위치하는 중요한 이유다. 그리스군의 무모한 도전은 알렉산드로스가 전장의 선두에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다음에 프리드리히2세의 경우를 보자. 1757년 영국에서 여러 술집들이 ‘킹 오브 프로이센’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그 술집에는 새롭게 등장한 전쟁 영웅에 대한 찬사로 가득 찼다. 그 프로이센의 왕이 바로 프리드리히 2세이다. 그는 독일을 유럽의 강국으로 성장시킨 주인공이다. 프리드리히는 그해 11월 로스바흐 전투에서 3만 명의 군사로 5만 명의 프랑스군을 궤멸시켰다. 이어서 8만의 대군으로 슐레지엔 지방을 침공한 오스트리아군을 3만의 소수병력으로 격파했다. 두 전쟁의 승리후 한 대위가 그에게 “폐하처럼 훌륭한 전략가가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묻자 그는 "전쟁사를 열심히 공부하라"고 말했다. 대위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이론보다는 실전 경험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러자 그는 “우리 부대에 전투를 60회나 치른 노새가 두 마리 있다. 그러나 걔들은 아직도 노새다.”라고 말했다. 그는 전쟁사를 읽으면서 전술의 역사 속에 숨어 있는 원칙과 전제를 찾으려고 노력했다. 그래야 변화에 대응하고 창조적 대책을 창출하는 능력이 생겨난다고 믿었다. 전쟁사든 경영사든 어떤 전술이나 방법이 승리할 수 있었던 원리와 배경을 생각하지 않고 ‘이 전술은 좋고, 이 전술은 나쁘다’, ‘누구는 이 방식으로 성공했다’라는 식의 외형만을 배운다면 또다시 노새가 되는 실수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구데리안의 경우를 보자. 2차대전에서 는데 비록 패전했지만 독일에도 명장이 많았다. 그중 롬멜과 함께 최고 명장으로 꼽히는 게 이른바 속도전의 창안자로 불리는 구데리안이다. 프랑스와 영국이 방어전 개념에 얽매인 나머지 전차를 독자적으로 작전에 이용하지 않고 보병사단에 소속시켜 보병과 함께 움직이도록 했다. 반면 독일은 방어 중심의 소모전을 타개할 새로운 기갑 전술을 창안했는데 여기에 크게 공헌한 사람이 바로 구데리안이다. 그는 전차가 단독 또는 보병 부대와 함께 움직이는 한 결정적인 이점을 갖지 못하고 기동력이 생명이라고 확신했다. 구데리안 기갑 전술의 기본 원칙은 강력한 기갑 부대가 일거에 충격을 가해 전선을 급속히 찢은 후 속도를 더해 돌파, 적의 배후에 위치한 전략 거점을 빠르고 완전하게 제압하는 것이었다. 1939년 제2차 세계대전의 시작을 알리는 폴란드 침공에 투입된 기갑 부대는 다른 부대에 비해 3배나 빠른 속도를 보이면서 혁혁한 전과를 올렸다.
-세상의 모든 혁신은 전쟁에서 탄생했다는 의미는?
▲혁신이 전쟁에서 탄생한 것은 아니지만, 유럽이나 중국에서는 전쟁으로 국가가 경쟁을 하고 흥망성쇠를 해서 국가혁신이 결국은 전쟁으로 반영되는 경우가 우리 보다 훨씬 많다.
-기업 등에서 전쟁론을 특강을 많이 하던데 CEO들의 반응은?
▲개인적으로 묻지는 않았는데, 대체로 인사이트가 많다. 필요한 이야기라는 반응이 많은 편 같다. 다만 연륜이 있는 CEO들의 경우 여러분야의 강의를 많이 들어서인지 상투적 사례와 결론을 들면 금방 싫증을 낸다. 그래서 강의 준비에 신경을 많이 쓴다.
-CEO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내용은 무엇인가?
▲위기관리와 혁신, 창의이다. 특히 열세한 전력에서의 역전, 성취 이런 것을 좋아한다.
-요즘은 무슨 책을 읽는지?
▲항상 두가지 작업을 동시에 하는데 전공논문을 위해서 조선왕조실록과 자료를 읽고 있고 교양, 경영 강좌를 위해서는 동서양의 고전을 읽고 있다. 요즘은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로부터 이어지는 정치경제학의 고전을 다시 읽고 있다. 역시 말 그대로의 고전이 시사하는 바가 많다.

임용한의 읽어보니, 좋던데요
◆<철학이야기>윌 듀란트
미국의 문명사학자 듀란트가 써서 공전의 히트를 한 철학 입문서. 도하고 있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에서부터 산타야나, 제임스, 듀이 등에 이르는 중요한 철학자 열다섯 명의 이야기를 통해 서양철학사상을 소개한다. 철학자들의 사상을 통해 '삶, 도덕, 정의' 등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서양의 지적 전통>브로노프스키·매즐리슈 공저/학연사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갈릴레오에서 시작해서 칸트와 헤겔에 이르는 서양 근대세계의 사상적 전개과정을 체계적으로 서술한 책. 인물중심의 까다로운 사상사를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쉽게 재미있게 엮어서 인기가 높다. 각주에 소개된 적절한 참고문헌은 전문적인 연구자들에게도 큰 도움이 된다.
◆<예술의 역사>반 룬/동서문화사
네덜란드 출신의 미국 역사가이자 저술가 헨드릭 빌렘 반 룬의 대표작. 선사시대 예술에서부터 로마와 비잔틴 예술, 르네상스 미술, 로코코 양식, 바흐, 모차르트, 베토벤 등의 음악가 이야기 등 반 룬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뛰어난 필치로 잘 묘사돼 있다. 그림,조각,건축,가곡,오페라,연극 등 예술의 모든 분야가 총망라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온갖 예술이 태동하는 역사적 배경의 설명도 충실하다.
◆<아르마다>개릿 매팅리
16~17세기 유럽 정치사 분야에서 독보적인 역사학자인 매팅리의 최고의 역작. 역사상 가장 빼어난 전쟁 연대기로 꼽힌다. 1588년 영국과 에스파냐 사이에서 벌어진 해전의 막전 막후를 드라마틱하게 그려낸 책이다. 매팅리는 에스파냐 무적함대인 '아르마다'와 영국의 전쟁을 이념전이라는 새로운 관점으로 재해석해서 이 전쟁을 당시 전 유럽이 휩싸여 있던 가톨릭 세력과 프로테스탄트 세력의 이데올로기 대립의 결과이자 국제정치전적인 전면전으로 부석했다.

임용한 대표는
▲1961년 부산생
▲마포고, 연세대 신학과, 사학과졸. 연세대 대학원(사학과), 경희대 대학원(한국학 박사)
▲경희대, 광운대, 공군사관학교 강사. 충북대 중원문화연구소 연구교수, 경기도 문화재 전문위원
▲KJ&M 인문경영연구원(구 한국역사고전연구소)대표(현)
▲<세상의 모든 혁신은 전쟁에서 탄생했다><세상의 모든 전략은 전쟁에서 탄생했다><한국고대전쟁사1, 2, 3><시대의 개혁가들><명장, 그들은 이기는 싸움만 한다><난세에 길을 찾다><전쟁과 역사1,2,3><조선국왕 이야기1, 2>외 다수
윤승용 논설위원 yoon673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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