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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승용칼럼]죽은 시인의 사회? 시인이 죽은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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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배우 로빈 윌리암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비보가 전해졌다. '굿 윌 헌팅' '쥬만지' '박물관이 살아있다' '어거스트 러쉬' 등 70여편의 필모그래피가 있지만 그의 대표작은 역시 '죽은 시인의 사회'일 터이다. 마침 휴가여서 이 영화를 다시 보았다. 25년의 세월이 지났지만 울림은 여전했다.

 제목에서도 드러나듯이 영화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시(詩)'다. 영화는 시에 대한 진부한 개념을 깨부수는 것에서 시작한다. 아이비리그 진학률이 70%에 달하는 명문 기숙학교에 존 키팅(윌리암스 분)이 영어교사로 새로 부임해온다. 이 학교 동문이기도 한 키팅은 첫 문학개론 수업에서 '시의 이해'라는 교재를 읽게 한다. "시를 완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운율, 음조, 비유를 이해하라. 그리고 두 가지 질문을 해라. 첫째, 대상의 예술적 표현도. 두 번째, 대상의 중요도이다. 첫째는 시의 완성도 측정이며, 두 번째는 중요도의 판단이다. (…) 시의 완성도를 가로축에 놓고 중요도를 세로축에 놓으면…." 문학개론 차원에서 보자면 탁월한 이론이다. 하지만 학생의 읽기가 끝나자 칠판에 시 평가를 위한 좌표를 그리던 키팅은 갑자기 "쓰레기. 시는 재는 것이 아니다. 자, 이제 그 장을 찢어버려라"고 일갈한다.
 이어서 그는 '카르페 디엠(Carpe diemㆍ오늘을 잡아라)'을 외친다. 카르페 디엠은 고대 로마의 시인 호라티우스의 라틴어 시 한 구절.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위축되지 말고 청춘을 있는 그대로 만끽하라는 뜻이다. 이어 키팅은 '오, 나여! 오 생명이여! 수없이 던지는 이 의문. 믿음 없는 자들로 이어지는 도시. 바보들로 넘쳐 흐르는 도시. 아름다움을 어디서 찾을까? 오 나여, 오 생명이여. 대답은 한 가지. 네가 거기에 있다는 것. 생명과 존재가 있다는 것. 화려한 연극은 계속되고 너 또한 한편의 시가 된다는 것'이라는 월트 휘트먼의 시를 인용한다.

 사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키팅이지만 그 이면의 주인공은 휘트먼이다. 키팅 선생은 휘트먼을 좋아해서 교실의 벽면에 사진을 걸어놓기도 한다. 그리고 학생들이 그를 부르는 호칭인 '오 캡틴, 마이 캡틴'도 바로 휘트먼이 링컨 대통령에게 헌정한 조시의 제목이다. 휘트먼은 랄프 월도 에머슨, 헨리 데이비드 소로와 더불어 미국의 자연주의 사상의 시대를 풍미한 시인이다. 소심한 학생 토드를 깨우쳐주며 키팅이 칠판에 쓴 시구도 역시 자연과 생명을 강조한 휘트먼이었다.

 마지막은 학생들이 키팅 선생의 영향으로 결성한 '죽은 시인의 사회'라는 시 낭송 서클의 일원이 진로 문제로 아버지와 갈등하다 자살한 후 그 학생의 책상에서 발견한 과거 자신의 시집 첫 표지에 쓰여진 소로의 시다. 키팅 선생이 자필로 베껴 쓴 '내가 숲속으로 들어간 것은 인생을 의도적으로 살아보기 위해서였다. 인생의 본질적인 사실들만을 직면해 보려는 것이었으며 인생이 가르치는 바를 내가 배울 수 있는지 알아보고자 했던 것이고, 그리하여 마침내 죽음을 맞이했을 때 내가 헛된 삶을 살았구나 하고 깨닫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였다'라는 소로의 시는 역시 휘트먼의 사상과 관통한다.
 영화 제목 'Dead poets society'를 '죽은 시인의 사회'로 한 번역이 오역이라는 논란도 있다. society가 '사회'라는 의미외에도 '협회'라는 뜻도 있으므로 제대로 하자면 '고(故) 시인 연구협회' 정도라는 것이다. 일부는 '시인이 죽은 사회'로 해야 한다고도 주장한다. 즉 '문학정신이 죽은 사회'를 비유한 것이라는 것. 다 일리가 있지만 society를 '협회'가 아닌 '사회'로 번역한 것은 오늘날의 현실을 감안하건대 탁월한(?) 오역인 것 같다. 시와 시인이 함께 풍요로운 세상은 요원한가?
yoon6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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