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바이오ㆍ의료 벤처창업의 산실인 매사추세츠공대(MIT) 로버트 랭거 연구실을 이끌고 있는 랭거 교수는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혁신제품은 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큰 아이디어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연구개발이 세상의 미해결 난제에 관심을 가지고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다각적인 노력을 할 때 그 가치가 더욱 빛날 수 있다는 점을 연구자들 스스로 인식하는 것에서 R&D시스템 전환은 시작된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 벤처캐피털 투자현황은 좋은 징조를 보이고 있다. 올 6월 현재 바이오ㆍ의료 분야에 대한 우리나라 벤처캐피털의 투자실적은 1128억원으로 지난해 달성한 사상 최대 실적(1463억원)에 이미 근접했다. 정보통신기술(ICT) 제조 분야의 900억원보다도 높다. 정부 주도의 바이오ㆍ의료 분야 연구개발 성과가 사회적, 경제적 가치로 이어지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민간의 참여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신호탄인 셈이다.
문제는 이런 바이오ㆍ의료 벤처에 대한 투자가 창업초기보다는 창업후기(7년 이상)에 몰린다는 점이다. 투자기간도 3년을 넘지 않는다. 장기적 안목의 투자가 아닌 단기적인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투자에 주목하고 있다. 실제 벤처의 창업자금 유형을 묻는 설문조사를 보면 자기자본에 의한 창업 비중이 높게 나타난다. 실리콘밸리, 보스턴 등 미국 바이오ㆍ의료 창업생태계와 가장 큰 차이점이다.
바이오ㆍ의료 분야는 ICT 등 타 분야에 비해 아이디어나 기술이 제품으로 생산되는데 시간, 돈, 인력이 상당히 소요된다. 상대적으로 높은 리스크로 인해 민간의 자발적인 투자가 어렵고, 이러한 이유로 정부 주도의 연구개발이 우리나라에서도 20여년간 이뤄지고 있다. 그동안 연구개발 성과의 사회ㆍ경제적 가치창출이 미흡해 향후 투자에 대한 일부 회의적인 시각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제 연구개발 성과의 사회ㆍ경제적 가치창출을 정부의 직접적인 투자로만 해결하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바이오ㆍ의료 벤처가 창업되는데 민간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투자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간접적인 투자에 더욱 노력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이제는 민간이 주도적이고 자발적으로 창조경제 실현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무대를 비워주고, 어떤 누구도 무대에 올라와 재능과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후방에서 지원하는 정책을 모색할 때다. 이를 통해 창조경제 실현을 넘어 경제혁신으로 나아갈 수 있길 기대한다.
김은정 KISTEP 생명복지사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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