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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淸思]게임산업 규제, 美 로큰롤 탄압 데자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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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창환 대기자]미국 오하이오 주 클리블랜드에는 로큰롤 명예의 전당 (Rock and Roll Hall of Fame and Museum)이 있다. 입장료만 22달러에 달한다. 전세계 관광객들이 엘비스프레슬리, 비틀즈, 롤링스톤즈의 기념품을 보고 음악을 듣는다. 음악이라는 타임머신을 타고 시공을 넘나든다. 로큰롤은 주류로 자리매김 했다.


 팝의 왕좌에 등극한 로큰롤은 초기(50년대후반)에는 살인적인 탄압에 시달려야 했다. 흑인들의 리듬앤불루스 음악과 흑과백의 경계에 선 변방 백인노동자들의 애환이 버무러진 로큰롤이 10대 백인 청소년들의 마음을 앗아갔기 때문이다. 로큰롤(Rock and Roll)은 의태어다. 격렬하게 부딪치고 구르는 성애를 묘사하는 표현이다. 로큰롤에는 관능이 실려있다.

백인 중산층 부모, 특히 엄마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당신의 자녀인 중고딩들이 파티에서 로큰롤을 외치는 장면을. 식당이나 버스에 함께 타는 것도 금지됐던 사람취급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흑인문화에 빠져들어 '그 짓'을 한다고 상상해 보라.

엄마와 선생님들이 나섰다. PAT(학부모와 교사연합)이 '사탄의 음악'으로 로큰롤을 규정했다. 상원에서 청문회가 열렸다. FBI가 로큰롤의 확산을 주도한 3천여명의 라디오 DJ를 뇌물수수혐의로 몰아 직장에서 몰아냈다. 엘비스 프레슬리는 군대에 갔고 리치발란스등 상위 4명의 로커는 모두 비행기사고나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음모설도 들끓었다. 엄마들의 승리는 확실해 보였다.

 그러나 마지막 승자는 로큰롤이었다. 영국의 비틀즈와 롤링스톤즈가 바통을 이어받는다. 64년 비틀즈의 미국상륙을 미언론은 '브리티쉬 인베이젼'이라 표현했다. 이 한해동안 미국음반판매량의 60%가량이 비틀즈음반이었다. 전형적인 4인조 록밴드인 비틀즈가 미국내 로커의 공백을 한순간에 매워버린 것이다. 이때 미국은 이미 영화, 음악등 문화산업을 국가기간산업으로 육성하고 있었다. 그러나 문화에 대한 잘못된 이해와 접근이 한순간에 미국음악을 영국의 변방으로 내 몬 것이다.
 우리도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다. 엄마들의 자식걱정에 셧다운제등 각종 게임규제가 촘촘히 짜여져 있다. 이와중에 세계최강을 자랑하던 한국의 게임산업은 점차 위세를 잃고 있다. 한류를 자랑하지만 드라마, K-POP, 영화를 다 더해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돈이 게임산업이 외국에서 벌어들이는 돈의 절반도 안된다. 그런데 또 마약에 준해 게임을 규제하겠다는 법안이 국회에 제출돼 논란이 일고 있다. 인터넷에서는 24만여명이 반대서명을 벌이고 있고 학부모 단체와 교육단체들이 찬성운동에 나선다는 보도가 있다.

 70년대 고등학교를 다닐 때 고루한 선생님과 부모님을 꼰대라 불렀었다. 로큰롤을 몰살했던 미국의 학부모교사연합이 딱 꼰대다. 문화를 질서와 규율의 시선으로 보면 꼰대다. 문화는 갈등과 재미와 열정의 산물이다.




최창환 대기자 choiasi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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