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청사 공무원들이 단단히 화가 났다. 정부는 2014년 예산안을 마련하면서 공공부문부터 솔선수범해 비용을 줄이겠다고 나섰다. 그러면서 내년도 공무원 보수를 동결하겠다고 했다. 3급 이상 공무원 보수는 동결이고 그 미만(하위직)은 1.7% 수준의 인상안을 확정했다.
B 과장은 며칠 전 점심을 먹고 들어오다 청사 앞에서 시위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원들이 공무원 임금동결과 관련해 "최소한 사전에 협의는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항의하는 시위였다. B 과장은 그 장면을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공무원은 임금과 관련해 단체협상의 대상은 아니지만 최소한 물가 상승률 만큼은 올려줘야 하는 것은 상식 아니냐"고 한마디 했다.
이래저래 '일할 맛'이 사라졌다며 세종청사 공무원들의 어깨는 잔뜩 움츠려 들었다. 공무원들도 노동자들인데 노동자들의 임금까지 삭감해야 하는 지경에 이른 정부의 재정 여건을 탓하기도 했다. B 과장은 "참 알 수가 없다"며 "전력난이 심각하기 때문에 33도가 넘는 그 뜨겁고 뜨거웠던 날 에어컨을 끄라는 지시를 받았을 때는 황당하기도 하고 21세기에 이런 정책도 있구나 싶었다"고 당시 심정을 전했다.
그는 "세종청사 공무원들은 지난 1년 동안 가족과 떨어져 살고, 서울에 출장가고, 먹을 데 마땅치 않고…여러 가지 고통에 시달렸다"며 "이런 마당에 내년도 임금까지 동결한다고 하니 벌써부터 차가워지는 날씨에 다가오는 겨울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고개를 숙인 채 발걸음을 돌리는 그의 등 뒤로 시위하는 사람들의 "정부는 각성하라!"는 소리가 들려왔다.
세종=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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