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간 편의시설도 없이 살았습니다
이달 13일부터 교육부, 문화부, 고용부 등 6개 부처가 2단계 이전을 하는데 벌써부터 걱정이 앞섭니다. 지난 1년 동안 제대로 된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는데 이 같은 일이 반복되지나 않을 지 속이 타들어갑니다. 지난 1년 동안 먼지가 뿌옇게 낀 도시에서 주민들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었습니다. 아이들은 교실이 없어 다른 학교를 빌려 공부를 하고, 영화관 하나 없는 척박한 문화생활을 했습니다. 첫마을에 사는 어떤 부모는 밤새 열이 펄펄 끓어오르는 간난아이를 안고 대전, 천안, 조치원, 공주까지 달렸습니다. 가까운 곳에 마땅한 병원 하나 없었기 때문입니다. 저도 속으로 울었습니다.
그것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업무 비효율성이 가장 큰 문제였습니다. 공무원들은 이른 새벽 서울에서 출근버스를 타고 세종청사로 내려옵니다. 아침에 출근했던 공무원들이 점심 때 보면 거의 자리를 비웁니다. 갑작스런 회의와 국회 업무 등으로 오자마자 오송역에서 고속철도(KTX)를 타고 광화문으로, 여의도로 향했습니다.
참, 미안한 일입니다. 모두 제가 제대로 못해서 그렇습니다. 지난 1년 동안 이 모든 문제가 속 시원하게 해결되지 못했습니다. 도시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정부부처가 안착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한 것도 맞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모습으로 계속 간다면 행정 중심, 행복 중심의 도시가 아니라 갈등 중심, 비효율 중심의 도시·청사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세종=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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