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해녀박물관의 전문 가이드는 해녀들의 바닷속 작업 모형 앞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해녀들은 잠수실력에 따라 상ㆍ중ㆍ하의 서열이 엄격하다. 상급 해녀는 먼바다 깊은 곳에서 작업을 할 수 있지만, 하급 해녀는 해안가 인근에서만 작업을 해야 한다. 이는 사람의 목숨이 걸린 원칙이기에 늘 철저하게 지켜진다."
누군가가 모두 공평(公平)하게 돈을 벌자며 '노는 물 원칙'을 없애자고 주장한다면 그것은 옳은 일일까. 결코 아니란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알 것이다. 누구든 과도한 평등주의에 사로잡혀 해녀들의 목숨은 안중에도 없다면 그것은 바로 인명경시라는 큰 죄를 짓는 것이라는 비난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결국 제주도 해녀들의 '노는 물 원칙'은 산술적 균형의 의미가 강한 공평에만 사로 잡히는 것이 결코 공정한 것이 아니라는 교훈을 준다. 공평이란 말에 정의, 즉 올바름이 보태진 것이 국어사전이 적고 있는 공정의 의미다. 때문에 개개인 또는 기업이나 단체 등 각 활동주체가 갖고 있는 고유의 경쟁력 차이를 인정하는 것이 '공평+올바름', 즉 공정의 출발점이라고 볼 수 있다. 경쟁 자체를 배제하는 식의 평등정책은 겉보기엔 그럴듯한 공평정책일 수는 있어도 공정 정책은 결코 아니며 국가의 경쟁력 자체를 좀먹을 수 있다. 공정하지 않으니 공정사회도 이룰 수 없다.
어째서? 돌담은 곧 소통(疏通)이기 때문이다. 제주도 바닷가를 따라 무수히 쌓여 있는 돌담들은 아무리 강한 바람이 몰아쳐도 결코 무너지는 법이 없다고 한다. 제주도 천지에 깔려있는 돌들을 그 어떤 접착제도 쓰지 않고 아무렇게나 쌓아 올린 듯한 돌담이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고...
그 답은 바로 '바람길'에 있다. 제주도 돌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돌과 돌 사이에 아주 작은 구멍들이 돌의 갯수 만큼이나 많이 뚫려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제주도의 막강한 바람은 이 구멍들을 통과하며 본연의 파괴력을 잃고 강약 조절이 잘된 휘파람소리 노래로 변한다.
통(通)하니 곧 화합, 즉 소통은 거창한 게 아니다. 다중(多衆)의 거친 목소리를 듣기 좋은 노래 소리로 바꿀 수 있다면 그게 바로 소통이다. 베를린장벽이 그랬듯 아무리 단단한 장벽을 쳐도 바람길이 없다면 언젠가는 무너져 내리기 마련이다. 사회 곳곳에 바람길을 내는 것이 곧 소통이라면 제주도 돌담은 바로 소통의 원천이다.
제주도에서 배울 것이 어디 단 두가지 뿐이겠는가. 다만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지만 그 속에 깊은 의미를 담고 있는 '노는 물'과 '돌담'은 현 정권에도 시사하는 바가 있어 보여 제주도민들에게 실례를 무릅쓰고 차용해본다. 물론 선택은 권력을 잡은 자들의 몫이고, 남은 권력은 그리 길지 않은 듯 싶다.
최범 편집제작담당 전무이사 c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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