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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범칼럼]MB가 교훈삼아야할 '제주풍경 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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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곧잘 '노는 물이 다르다'라는 표현을 쓴다. 활동 공간의 차이를 부각시켜 상대적 우월감을 나타내는 말이다. 어디서 유래했을까. 아주 우연히도 얼마전 제주도 여행길에서 이 궁금증이 풀렸다.

제주도 해녀박물관의 전문 가이드는 해녀들의 바닷속 작업 모형 앞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해녀들은 잠수실력에 따라 상ㆍ중ㆍ하의 서열이 엄격하다. 상급 해녀는 먼바다 깊은 곳에서 작업을 할 수 있지만, 하급 해녀는 해안가 인근에서만 작업을 해야 한다. 이는 사람의 목숨이 걸린 원칙이기에 늘 철저하게 지켜진다."
아하, 여태까지 출입자의 외모 수준에 따른 나이트클럽의 등급 정도를 나타낼 때나 쓰이는 말인 줄 알았던 '노는 물'이 이렇게 깊은 뜻을 담고 있구나. 제주도 해녀들에게 있어 노는 물은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하는 생명선인 셈이다. 만약 해녀들이 실력에 따라 노는 물을 지키지 않고 모두가 돈벌이가 좋은 먼바다 깊은 곳만을 고집한다면 대규모 불상사는 안 봐도 뻔하다.

누군가가 모두 공평(公平)하게 돈을 벌자며 '노는 물 원칙'을 없애자고 주장한다면 그것은 옳은 일일까. 결코 아니란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알 것이다. 누구든 과도한 평등주의에 사로잡혀 해녀들의 목숨은 안중에도 없다면 그것은 바로 인명경시라는 큰 죄를 짓는 것이라는 비난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결국 제주도 해녀들의 '노는 물 원칙'은 산술적 균형의 의미가 강한 공평에만 사로 잡히는 것이 결코 공정한 것이 아니라는 교훈을 준다. 공평이란 말에 정의, 즉 올바름이 보태진 것이 국어사전이 적고 있는 공정의 의미다. 때문에 개개인 또는 기업이나 단체 등 각 활동주체가 갖고 있는 고유의 경쟁력 차이를 인정하는 것이 '공평+올바름', 즉 공정의 출발점이라고 볼 수 있다. 경쟁 자체를 배제하는 식의 평등정책은 겉보기엔 그럴듯한 공평정책일 수는 있어도 공정 정책은 결코 아니며 국가의 경쟁력 자체를 좀먹을 수 있다. 공정하지 않으니 공정사회도 이룰 수 없다.
제주도 여행에서 또 하나 인상 깊었던 것은 바로 돌담이다. 요즘 잘나가는 올레길이 제주도의 아름다운 풍광을 보여주며 미적 호기심을 자극하기는 하지만 돌담이 담고 있는 의미만 못하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어째서? 돌담은 곧 소통(疏通)이기 때문이다. 제주도 바닷가를 따라 무수히 쌓여 있는 돌담들은 아무리 강한 바람이 몰아쳐도 결코 무너지는 법이 없다고 한다. 제주도 천지에 깔려있는 돌들을 그 어떤 접착제도 쓰지 않고 아무렇게나 쌓아 올린 듯한 돌담이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고...

그 답은 바로 '바람길'에 있다. 제주도 돌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돌과 돌 사이에 아주 작은 구멍들이 돌의 갯수 만큼이나 많이 뚫려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제주도의 막강한 바람은 이 구멍들을 통과하며 본연의 파괴력을 잃고 강약 조절이 잘된 휘파람소리 노래로 변한다.

통(通)하니 곧 화합, 즉 소통은 거창한 게 아니다. 다중(多衆)의 거친 목소리를 듣기 좋은 노래 소리로 바꿀 수 있다면 그게 바로 소통이다. 베를린장벽이 그랬듯 아무리 단단한 장벽을 쳐도 바람길이 없다면 언젠가는 무너져 내리기 마련이다. 사회 곳곳에 바람길을 내는 것이 곧 소통이라면 제주도 돌담은 바로 소통의 원천이다.

제주도에서 배울 것이 어디 단 두가지 뿐이겠는가. 다만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지만 그 속에 깊은 의미를 담고 있는 '노는 물'과 '돌담'은 현 정권에도 시사하는 바가 있어 보여 제주도민들에게 실례를 무릅쓰고 차용해본다. 물론 선택은 권력을 잡은 자들의 몫이고, 남은 권력은 그리 길지 않은 듯 싶다.



최범 편집제작담당 전무이사 c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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