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기 영국 정부는 스페인 왕위 계승전에 참가했다가 천문학적인 부채를 떠안았다. 약 1000만파운드에 달하는 단기 원리금 상환 압박을 받던 영국은 부채를 털어내기 위해 남해회사라는 무역업체를 설립하기로 했다. 채권자는 보유한 국채를 남해회사의 주식으로 교환하고, 남해회사는 국가 채무를 인수하는 조건으로 남태평양 무역 독점권을 획득하는 구조였다.
하지만 회사 경영진과 주주였던 고위 관료를 필두로 매물을 쏟아내면서 주가는 가파르게 내리꽂혔다. 당시 2만파운드가량의 손실을 본 뉴턴은 천체의 움직임은 계산할 수 있지만 대중의 광기를 계산할 수는 없었노라고 털어놓았다.
이 사건을 계기로 영국은 주권 발행을 금지하는 포말법(the Bubble Act)을 제정했지만 투기적인 거래를 뿌리 뽑지는 못했다.
하지만 증권거래법은 자산 버블과 투기를 근절하는 데 아무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오히려 숏 포지션이 줄어들면서 가격 변동성이 급격하게 높아졌고, 강세장에 자산 버블을 초래했다.
# 금융위기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연초 공매도 규제안을 가결했지만 이미 200년전 공매도 금지법이 월가에 등장했다.
1907년 증시 폭락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출범한 휴스위원회는 공매도가 주가 변동성을 높이는 원인이라는 사실을 인정했지만 전면 금지에 반대했다. 이미 1812~1858년 공매도 규제안이 시행됐지만 미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에서는 실패했고, 미국에서도 대법원의 판례와 배치된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포괄적 금융개혁안 도입을 앞둔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규제 움직임이 한창이다. 무분별한 베팅과 매매를 제한하는 한편 경영진의 고액 연봉에 제동을 걸고 세금을 신설하는 방안까지 나왔다. 그 저변에는 투기적인 거래와 버블이 금융시스템을 총체적으로 무너뜨렸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하지만 투기와 금융위기를 법과 제도로 막을 수 있을까. 과거 300여년간 규제 법안은 자본주의와 늘 함께 했다. 하지만 법으로 투기를 몰아내려는 시도는 번번이 실패하거나 또 다른 부작용을 일으켰다. 대중의 광기를 계산할 수 없었다는 뉴턴의 고백처럼 인간의 투기 본능을 통제하기란 지극히 어렵다는 사실을 확인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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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숙혜 국제경제팀장 s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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