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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제정신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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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링 시스템에는 'sanity check' 기능이 있다. 우리말로 하면 "너 제정신이야?" 하고 묻는 기능이다.

예를 들어 통상 1000주 주문을 넣던 딜러가 100만주를 입력할 경우 경고창을 통해 "너 지금 100만주라고 입력했는데 맞는거냐?"라고 묻는 식이다.
계속 주문을 강행할 경우 또 한번 "100만주 주문을 행사하겠느냐?"고 물으면서 입력 실수를 방지하곤 한다.
일정 규모 이상의 주문에 대해서는 아예 입력이 불가능하게 만드는 원천봉쇄도 가능하지만 이렇듯 딜링 시스템에는 '제정신 체크' 기능이 있고, 개인이 사용하는 HTS에조차도 비슷한 주문체크 기능이 구비돼 있다.

미국 동부 현지시간 기준으로 지난 6일 오후 2시30분 이후 단 7분만에 다우지수가 580포인트 폭락했던 이유로 '100만주'가 '10억주'로 잘못 입력됐다는 추론도 있는데 이 추론이 맞는다면 이같은 sanity check 기능이 발동되지 않았거나 무시됐음을 의미한다.

1000주 단위로 입력설정이 돼 있는 주문기로 100만주 주문을 넣을 경우 '1,000'만 입력해야 하는데 어떤 정신나간 딜러가 1000단위를 까먹고 '1,000,000'을 넣어버리면 10억주의 주문이 들어가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단순 주문 실수가 P&G 주가를 37%, 3M을 22% 폭락시키고, 40달러였던 엑센추어(ACN)와 엑슬론(EXC) 주가를 삽시간에 1센트까지 밀어낼 수 있는 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사이버테러 공격설도 있고, 컴퓨터 버그도 거론되지만 과연 어떤 음모론이 맞는지 영원히 밝혀내지 못할 일이다.

왜 1987년 블랙먼데이처럼 sell-off가 sell-off를 야기시키면서 주가가 20∼30% 폭락하지 않고 장중 낙폭의 2/3를 자동 회복했는지도 폭락과 버금가는 궁금증을 자아낸다.

암튼 어떤 이유로 주가가 폭락했건 폭락할만하니까 폭락한거라고 보면 속편한 일이다.
리먼브러더스가 터진 이후 주가 폭락 경험이 채 잊혀지기 전이었던 만큼 아주 놀랄 일은 아니었고 단지 시점이 빨랐다는 데 동의하는 정도가 아닐까 생각된다.
그리스 사태 이전부터 악재가 쌓여왔던 것을 감안한다면 이정도 주가 폭락은 앞으로도 비일비재하게 생길 일인지도 모른다.

버즈두바이가 흉물로 남아있고, 남아도는 중장비·선박을 떠안음과 동시에 제조업에 숨통을 터주기 위해 그린산업을 기치로 내걸고, 금리 정상화를 포기하면서 시간을 끌어온 대가가 유럽붕괴라면 더 이상의 희망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전세계 정부와 중앙은행이 행한 숱한 조치가 비정상적인 수준을 넘어섰음에도 불구하고 증시 및 자본시장 가격 살리기의 기치 아래 밀어붙여져 왔던 것을 생각하면 과연 주가 폭락이 이상한 기현상인지 정상적인 반응인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그리스발 위기가 결국 미증시를 강타하자 이번에는 증시 개입을 위한 글로벌 공동대책 같은 것이 거론되는 모양인데 무너지는 바벨탑을 계속 쌓아 올린들 최후의 붕괴 때 무너지는 규모와 충격만 더욱 더 커진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러울 뿐이다.

코스피지수가 1700대로 오르니 2000선 회복이나 사상최고치 돌파도 거론됐는데 주문체크 기능을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머릿속에도 넣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너 제정신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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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재문 자본시장부장 j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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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재문 기자 j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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