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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우의세상엿보기]뜸 들이는데 일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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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구사가 뜸을 놓는 행위'에 대해 이해관계를 가진 단체의 비타협적인 태도는 시종일관 완고하다. 일반 국민들 반 이상은 낯설지 않은 문화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주위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침과 뜸을 무면허란 이유로 허용하지 않는 사회. 잊을만 하면 터지는 갈등의 골에서 민주주의는 한계를 실감한다.

한 침구학회가 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해 표본적으로 전화설문 조사를 해보니 응답자의 67%가 '불법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반면 불법이라고 답한 비율이 18%에 불과하다면 국민 대다수는 평소 이런 시술에 법적인 문제 같은 것을 염두에 두고 있지 않았다는 얘기다.
또 응답자의 46.8%가 침구사의 뜸 시술에 대한 법원의 '불법 판결'을 잘못된 판결이라고 답했고, 판결을 긍정하는 비율은 26.8%에 불과했던 것과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침구사가 아닌 사람이 전문적으로 뜸을 배워 시술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63.9%가 '허용해야 한다'고 할 만큼 사람들은 관대한 편이다.

그 문제는 '대체의학을 정식 치료법의 하나로 인정해야 한다'고 대답한 비율이 70%가 넘는다는 사실과도 역시 맥을 같이 한다. 최근 헌법재판소가 면허 없이 침이나 뜸을 놓으면 안 된다고 결론 내렸지만 헌법재판관들 스스로도 찬반이 양분되긴 마찬가지다.

헌법기관의 판단이 논란을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고, 이해관계를 가진 한의사들로 하여금 위기감을 갖도록 만든 셈이다. 찬반 양측이 사활을 걸고 매체를 통한 홍보전에다 고발을 하는 사태로까지 이어지는 혼란의 재연. 권위와 책임을 가진 누군가가 나서야 하지만 언제 어떤 식으로 종지부를 찍을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아픈 사람을 낫게 하고 생명을 구한 대체의학의 행위들이 단지 검증되지 않았다고 해서 무시되고, 면허의 여부와 시술방법에 따라 치료행위가 도리어 처벌을 받게 되는 것도 엄연한 모순이다.

선진국 병원에서 유명 의사들이 신묘한 침ㆍ뜸의 원리를 실습하고 국내로 유학을 오는 판에 우리 의학계는 '정통'과 '과학'이란 잣대로 시장에서 배척하고 기득권을 지키는 데 급급한 감이 있지 않은가. 침과 뜸에 관한한 평생 신의(神醫)로 대접받더라도 고발 소장 하나면 범죄자로 내몰 수 있는 현실.

1962년 의료법의 개정으로 침ㆍ뜸 관련법이 사라진 후 무려 48년 동안 천대 받았던 곡절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침을 맞는 사람보다 침을 놓는 사람이 더 무서워했다"고 회고하는 침ㆍ뜸 시술의 대가 구당 김남수옹(96). 선생은 5대 4로 합헌판결을 내린 소식을 듣고 "헌재가 대체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분명하게 해줬다. 너무 고마워서 기절할 뻔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엄존하는 법에도 불구하고 전수받은 교육생만 6000여명에 이른다고 한다. "헌재의 결정에 개의치 않고 침ㆍ뜸 시술을 계속 하겠다"는 그의 초법적인 사명감에도 진지하게 귀를 기울여 볼 필요가 있다. 100수를 앞둔 선생은 또 검찰에 고발됐고, 무료로 침ㆍ뜸 시술을 운영하던 그의 봉사원은 길을 잃었다.

'불법 의료행위'란 낙인 앞에서 결국 없는 자들만 고생을 하게 되는 세상이다. 반대하는 명분처럼 '침ㆍ뜸으로 인한 부작용이 한방 의료사고의 40%에 이른다'는 통계가 만약 사실이라면 바로 그 심각한 부작용 때문에라도 늦었지만 정부가 서둘러 갈등을 해결할 명분이 있다.

해묵고 심각한 논쟁을, 정부도 국회도 여론만 의식해 매년 눈치를 보면서 방관자 행세를 한 것은 아닌지. 면허도 없이 뜸 들이는 이들의 행태에 일침을 놓을 명의는 진정 없을까.



김대우 시사평론가 pdik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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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우 시사평론가 pdik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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