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들의 귀와 입은 누구도 통제할 수 없는 끈끈함이 있다. 학원가의 치맛바람에서부터 부동산 시장에 이르기까지 그녀들의 정보망은 거미줄처럼 촘촘하고 광역적이다. 오프라인에선 수만 개의 미장원과 음식점을 거점으로 은밀한 정보가 생성되고 전화기와 인터넷을 통해 정보는 실시간으로 재가공 되고 광역화된다.
보통 두 사람이 시비를 하다가 한쪽이 웃통을 벗을 경우 주위에서 누가 적극적으로 말려주지 않으면 자존심 때문에 그 옷을 다시 걸쳐 입기가 힘들다. 마지못한척 옷을 다시 입게 만들고 몸싸움을 피하도록 만드는 것은 흥분한 당사자들이 아니라 언제나 주변사람들의 중재다.
명분이랄 것도 없는 시정잡배들의 싸움판에서도 둘 다 조금씩 물러설 명분을 줘야 하거늘 지금 국가충돌의 위기에 직면한 한반도 주변에는 그런 적극적인 중재자가 보이지 않는다. 상대가 애초부터 길들여지지 않는 '막가파'라서 그럴 것이다. 그동안 분통을 누르고 참기만 하다가 "이번에야말로 꼭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는 분위기가 지배하고 다른 대안이 없다고들 이구동성이다.
1994년 당시 수많은 방송프로그램과 사설에서 김정일 체제는 몇 년 안가서 끝장이 날 것이라고 입을 맞춘 사실을 기억할 것이다. 그의 건강 문제를 들거나 북한군부 원로들의 충성도를 예로 들어 축출을 예상했던 것은 당시의 간절한 희망사항이었다고 봐줄 수도 있다.
그러나 '대북확성기 조준격파사격'이란 엄포와 남의 '교전수칙에 따른 보복'이란 남북 간의 군사대응은 우리 군이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움직일 공산이 크다. 유일한 채널로 남아있는 개성공단의 통행차단이 거론되고 공단직원에 대한 '인질'과 남북 간의 '국지전'이란 단어마저 등장하는 상황이 결코 예사롭지 않음은 분명하다.
왜냐하면 국방부가 구체적으로 대북심리전 방송시기를 6월 초로 명시해 둔 상태이기 때문이다. 한 쪽이 자제하지 않는 한 국민들은 예정된 선로를 향해 마주 달리는 열차를 지켜볼 운명이다. 미국의 F22 전폭기가 한반도로 전진 배치되고 UN 반기문 사무총장이'무력충돌'에 대한 우려를 언급하는 긴박한 현실에서 주부들은 직감적으로 장바구니를 들고 행동에 나설 수밖에.
정부입장에서 이를 자제해달라고 말하기도 곤란하다. 기름에 물을 붓듯이 줄을 서서 사재기하는 사태로 번질지도 모르니. 결국 이런 긴장상황일수록 유연한 사고가 필요하다. 상대는 핵과 개성공단의 인명을 아직 활용하지 않고 있는데 "북이 절대 그럴 수 없다"고만 가정한다면 그 또한 희망사항일 뿐이다. 철책에서 샛별을 보는 남북의 젊은이들에게 ARS여론조사를 하고 싶다. 누가 더 떨고 있는가를. <시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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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우 시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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