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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우의 경제레터] 조 지라디(Joe Giradi)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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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유명한 연기자가 무대에 오르기 직전이었습니다. 그를 지켜보고 있던 제자가 쫓아나가 연기자에게 놀란 듯이 말합니다.

“선생님, 신발 끈이 풀렸습니다.”
“어? 이 사람, 정말 고맙네.”

연기자는 제자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며 그 자리에 쭈그리고 앉아 신발 끈을 단단히 새로 매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그는 제자가 등을 돌리고 제자리로 돌아가자 다시 신발 끈을 원래대로 풀어버렸습니다.

가까이서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그의 지인이 의아스러워하며 그에게 묻습니다.
“왜 신발 끈을 다시 풀어버리십니까?”

연기자가 대답합니다.

“내가 하는 역할은 장기간의 여행으로 피로에 지친 여행자랍니다. 먼 길을 걸어온 여행자는 신발 끈이 풀어져 있기 마련이고, 이런 모습을 통해 그 여행자의 피로와 고난스러운 여정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왜 선생님은 제자에게 이 사실을 알려주지 않았습니까?”

“그는 매우 세심하게 나를 염려하고 관찰하다가 신발 끈이 풀린 것을 발견하고, 나에게 그것을 알려주었습니다. 그 순간 나는 그의 열성과 적극적인 자세를 격려하고, 보답해줘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지적을 받으면 자신의 입장을 상대방에게 이해시키려 합니다. 모르는 소리 그만하라며 방어하기 십상이고, 왜 쓸데없는 지적을 하느냐며 핀잔을 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즉석에서 신발 끈을 풀어헤친 이유를 설명해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연기자는 제자의 그런 지적을 그 자리에서 받아들였습니다. 보는 시각에 따라서는 이같은 행동이 제자를 지나치게 배려하는 ‘과잉친절’의 모습으로 비칠 수도 있습니다.

‘CEO 경영우언’을 쓴 정광호씨는 이런 모습을 기업에서 직원들이 열의에 찬 제안을 하는 상황에 비유하고 있습니다. 좀 모자라고, 자신의 생각과 다르더라도 이를 기꺼이 받아들이는 따뜻한 배려와 관심이 필요하다는 얘기지요.

제안내용이 미숙하고, 잘못됐다 해서 바로 그 문제점을 지적하면 그 다음부터는 제안자체가 들어오지 않는다는 얘기입니다. 따뜻한 관심과 배려가 서로간의 신뢰를 높여주며, 기계와 같은 조직을 살아 움직이게 하는 에너지도 여기에서 나온다는 설명입니다. 따뜻한 관심과 배려가 바로 윤활유 역할을 한다는 것이지요.



얼마 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실린 기획물이 흥미로웠고, 인상 깊었습니다. 조 지라디(Joe Girardi)에 대한 얘기였습니다. 그는 미국에서 정상을 달리는 양키스팀의 감독입니다.

야구팬이면 누구나 그를 좋아하고, 또 존경합니다. 우선 잘 생겼죠. 키 180㎝에 몸무게 88㎏. 중후한 그의 모습만 봐도 카리스마가 넘치며, 팀을 이끄는 리더십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그는 지난해 월드시리즈에서 양키스를 우승으로 이끌었습니다. 팀을 29번째 월드시리즈 챔피언으로 만들면서 9년 동안 가라앉았던 쳐진 분위기를 단번에 만회했습니다. 그는 어릴 때 쓴 에세이에서 시카고 컵스 선수가 되고 싶다는 꿈을 그렸습니다. 그는 이제 그가 바라던 대로 성장했습니다. 포수로 선수생활을 마감하고 뉴욕 양키스에서 코치를 맡았고, 플로리다 마린스팀의 매니저를 1년동안 맡기도 했습니다. 자신의 보스였던 양키스의 매니저인 조 토레((Joe Torre)의 뒤를 이어 양키스를 맡았습니다.

그가 받는 보수도 껑충 뛰었습니다. 그는 2008년 양키스와 3년간 780만달러의 보수를 받기로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2013년까지 3년간 900만달러를 받기로 연장계약을 했습니다. 우리 돈으로 100억원이 넘는 고액이지요.

사실 그의 올 시즌 월드시리즈 진출은 좌절됐습니다. 챔피언 결정전에서 텍사스 레인저스에게 졌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양키스의 감독을 계속하기로 재계약됐고, 그의 보수가 이처럼 많아진 것은 팀을 이끄는 리더십이 높이 평가됐기 때문입니다.



알고 보니 조 지라디 감독의 리더십은 복잡한 논리를 들이대며 설명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아주 단순했습니다. 따뜻한 관심과 배려-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그는 19살 때 어머니를 잃었습니다. 그러나 10대에 부모를 잃은 그 누구에게도 “네가 어떤 기분인지 알아”라는 말을 절대로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대신 그가 한말은 이랬습니다.

“나도 19살 때 어머니가 돌아가셨고, 굉장히 힘든 시간을 보냈다. 언제든지 대화상대가 되어 주겠다”는 말을 했습니다.

비록 그는 모든 것을 지휘하고, 책임지는 감독 자리에 있었지만 “나를 믿어?” “나를 믿으라.”는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네가 나를 믿을 수 있도록 꼭 증명해 보이겠다”는 말만 했을 뿐입니다. 이를 통해 그는 선수들과 신뢰를 쌓아 나갔고, 침체에 빠진 양키스를 최강의 팀으로 만들어냈습니다.

그는 지금의 자신이 있게 된 동력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선수들에게 따뜻한 관심과 배려를 하고, 믿어주는 것이 중요하더라. 내가 어린 시절 리그에서 배운 것은 선수를 믿어주는 것이다. 데이브 로저스 리틀리그 코치는 10살인 나를 팀에 넣어 주었다. 그 후 그는 학부모들로부터 원성을 들었다. 그러나 코치는 나를 믿었기 때문에 항상 나를 감싸 주었다. 그것이 지금의 나를 만들어냈다.”

양키스가 강팀이 된 이유는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모든 것은 전체적인 그림으로 평가 받는다. 한 팀으로서 협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다른 사람으로부터 들리는 소문이나, 우선 눈에 보이는 것에 붙들리거나 집착하면 안 된다. 개인이든 조직이든 가치는 다른 사람이나, 다른 곳으로부터 오지 않는다. 그럴 수도 없고, 만약 그렇게 될 경우에는 쉽게 무너진다.”

조 지라디 감독. 그는 따뜻한 관심, 배려를 통해 선수들이 성공으로 가는 과정을 즐겼고, 그 과정에서 양키스는 저절로 강팀의 모습을 다시 찾았습니다. 쉬우면서 어려운 리더십의 비밀. 여기에서 강한 전략과 경쟁력을 이끌어냈던 그의 모습에서 명품 삶을 만들어가는 지혜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을 쓴 스티븐 코비(76)의 맏아들이 지금 한국에 와 있습니다. 아버지의 철학이 성공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지켜본 그는 ‘신뢰’를 들고 나왔습니다. 그가 출간한 ‘신뢰의 속도’는 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가 됐습니다.

그도 역시 앞서 사례로 든 유명 연기자, 조 지라디 감독과 같은 맥락에서 리더십의 동력을 찾고 있습니다. 성공한 사람들의 지헤를 배려와 신뢰의 속도로 풀어나간 스티븐 코비 2세. 그가 한 말을 떠올리며 두 장밖에 남지 않은 달력을 채워 가시기 바랍니다.

“기업이든, 정부든 신뢰지수가 내려가면 소통의 속도가 떨어진다. 소통의 속도가 떨어지면 시간과 비용이 늘어난다. 이것이 신뢰의 세금이다.

신뢰지수를 높이면 소통의 속도가 빨라지고, 소통의 속도가 빨라지는 만큼 과제를 수행하는데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이 줄어든다. 신뢰지수를 높이면 조직 내에서 협업, 팀플레이, 파트너십 등 모든 역량을 높일 수 있다.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제품, 차별화된 서비스를 남들보다 빨리 시장에 내놓으려면 신뢰지수를 높여라. 신뢰는 기업이나 조직을 강하게 하는 동력(動力)이다.”



권대우 아시아경제신문 회장 presid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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