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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대마불사' 해법은 가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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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강미현 기자]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의 유명 칼럼리스트인 마틴 울프는 23일(현지시간) 칼럼에서 롤스로이드의 항공엔진 공장을 방문했던 개인적인 경험담을 소개했다. 그는 극고온에도 견딜 수 있는 제트 엔진을 만드는 공정을 둘러본 뒤, 롤스로이드의 첨단 기술력에 크게 감동을 받았다며 다음과 같은 의문을 제기했다. “왜 금융업계는 이처럼 발전할 수 없는 것일까?”

전세계 경제를 도탄에 빠뜨렸던 ‘전과’를 갖고 있는 금융업계에 대한 우려는 울프만 하는 것은 아니다. 머빈 킹 영란은행(BOE) 총재는 은행의 사업영역을 공적 성격이 짙은 ‘유틸리티’ 부문과 자가 매매를 포함한 투자부문 즉 ‘카지노’로 분리해야 한다며 나름의 해답을 내놓았다. 전자는 안전성을 제일 강조하는데 반해 후자는 리스크를 걸 수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은행 분리에 관한 뜨거운 논쟁은 왜 금융권에 대한 개혁과 규제가 그토록 힘든 일인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 은행업무 분리, 대마불사의 해결책 = 이번 주 킹 총재가 규제강화보다 은행업의 분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난 뒤, 많은 전문가들은 ‘유틸리티’로 분류되는 모기지대출업체 노던록과 ‘카지노’에 가까운 리먼브라더스의 파산을 거론하며 업무의 분리가 별다른 효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유틸리티와 카지노의 분리가 어렵고 또 설령 한다 하더라도 반드시 안전하게 다뤄져야 하는 업무, 그럴 필요가 없는 업무로 정확하게 나누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울프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행업을 분리하자는 킹 총재의 주장이 매력적인 이유는 분명히 있다고 강조했다. 만약 금융 업무에서 유틸리티를 부문을 지급결제시스템 관리처럼 엄밀하게 분리해낼 수 있다면 그것은 시계태엽 장치처럼 정확하게 작동할 것이라는 것.

은행업무 분리가 금융권 대마불사(大馬不死)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이다. 정책자들은 금융시스템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실시했던 구제금융 등 지원정책들이 금융시스템을 더 위험에 빠뜨렸다는 것이 울프의 지적.

그는 경제적 재앙을 방지하기 위해 실시했던 금융권에 대한 방대한 지원이 역사상 최대의 모럴해저드를 양산해냈다는 킹 총재의 말에 동감을 표시하며 ‘대마불사(too big to fail) 은행들의 문제는 무시하기에는 너무 중요하다(too important to ignore)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울프는 아울러 킹의 주장이 고든브라운 총리, 알리스테어 달링 재무장관 등 정책자들을 불편하게 했지만 정당한 것이었다며 은행업 분리가 대마불사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킹 총재의 주장에 동조했다.

◆ 분리방법 모호해 = 울프는 그러나 은행업 분리의 시행 가능성에 대해서는 다른 전문가들과 마찬가지로 의문을 제기했다.

경제전문 칼럼리스트 존 케이의 분류에 따르면 유틸리티 업무에는 지급시스템과 예금보호가 포함되고 가계와 기업에 대한 대출은 제외된다. 미국의 글라스-스티걸법의 복귀를 주장하는 자들에 따르면 은행 업무는 상업은행과 투자은행 업무로 분리될 수 있다.

울프는 존 케이의 분류법이 명백하긴 하나 문제의 소지가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케이의 분류법을 따를 경우 모든 리스크 관리 업무가 규제에서 벗어나게 된다는 맹점이 생겨난다는 것. 이는 상상도 하기 싫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울프는 강조했다.

글라스-스티걸법도 능사가 아니다. 울프는 '왜 가계와 기업에 대한 대출은 좋은 것이고 이 대출을 증권화하는 것은 나쁜 일인가, 또 왜 헤징은 좋은 것이고 투기는 나쁜 것이며 이 둘을 어떻게 구별할 것인가' 하는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했다.

울프는 이같은 이유로 결국 규제 강화와 은행업무 분리 사이에서 규제 강화에 힘을 실었다. 울프는 은행이 파산에 미리 대비할 수 있도록 ‘사망선택유언’을 채택 하고 자본을 확충하도록 하는 등 규제를 강화할 경우 금융업은 지금보다 훨씬 안전해질 것이라며 결국 규제강화가 답이라는 점을 내비쳤다.

울프는 ‘이렇게 한다고 해도 금융업계가 롤스로이드의 제트 엔진과 같은 신뢰를 가질 수는 없겠지만’이라고 지적한 뒤, ‘은행업의 분리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오직 레버리지의 종료만이 이를 가능케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는 ‘아무도 이를 원하는 것 같지 않다’라는 말을 덧붙였다.

강미현 기자 grob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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