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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시각]소비자 배제된 치킨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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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논란 부른 5000원짜리 치킨
비싼값 지불케 입맛을 맞춰라


[아시아경제 김종수 산업2부장] 지난 주말 롯데마트에 잠시 들렀다. 여느 때와는 달리 계산대에는 꽤 큰 치킨 포장용기를 든 사람들로 북적였다. 사람들이 들고있는 치킨 포장용기는 최근 찬반논쟁이 뜨거운 바로 '롯데마트 치킨'이었다. 바로 '롯데마트 치킨'을 둘러싸고 확산되고 있는 논란의 현장이었던 셈이다.
지난 8월 이마트가 '이마트 피자'를 내놓은 데 이어 지난 9일부터 롯데마트는 영세상인들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치킨 장사에 본격 나섰다. 롯데마트 측은 "서민에게 혜택을 주고 물가안정에 기여한다"는 입장이고, 소비자들은 좀 더 싼 가격에 치킨을 살 수 있어서인지 반기고 있다. 그날도 들렀던 롯데마트에서는 긴 시간은 아니었는데도 치킨 포장용기를 든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프랜차이즈가 됐든, 독립형이든 소규모 치킨가게는 생계형 사업자들이 선택하는 대표적인 창업아이템 중 하나라는 점에서 논란을 야기한 문제는 시작됐다. 다른 업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비용으로 창업이 가능하기 때문에 소상공인들의 생계형 창업 대명사라고도 할 수 있는 품목이다. 그 수도 전국에 5만여곳에 이른다.

불거진 논란은 결국 정진석 청와대 정무수석이 트위터에 글을 올리면서 청와대까지 확산됐고, 노병용 롯데마트 대표는 13일 치킨 판매를 오는 16일부터 중단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주변 치킨가게에 영향을 준다는 비판을 적극 수용, 반영하는 차원의 결정이라고 했다.
순간 여러 장면이 뇌리를 스쳐간다. 우선 우산장수와 부채장수를 아들로 둔 어머니 이야기가 떠오른다. 비가 오면 우산이 잘 팔렸지만 부채는 아니었다. 반대로 날씨가 화창하면 부채는 잘 팔렸지만 우산은 아니었다. 어느 한 쪽을 택하면 다른 한 쪽은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의 레스터 C. 더로 교수가 저술한 '제로섬사회'(1980)의 핵심은 어느 한쪽이 늘어나면 다른 쪽은 줄어들어 총합은 제로(0)라는 사실을 이야기한다. 때문에 어떤 문제든 반드시 어느 계층의 이해(利害)와 충돌하게 된다고 한다.

롯데마트가 5000원짜리 치킨을 내놓자 소비자는 "싸서 좋다"며 크게 환영했지만 치킨업체들은 "대기업의 영세상인 죽이기"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공정한 사회'를 집권후반기 국정이념으로 내세우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대ㆍ중소기업 간 동반성장을 집중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은 이미 싼 가격이 승자가 되는 게임의 법칙이 냉혹하게 적용되고 있다. 어찌보면 시장경제의 논리상 당연한 귀결일지 모른다. 우리 모두는 그동안 대형마트에서 저렴하게 물건을 구매함으로써 돈을 절약했다는 만족감으로, 스스로 균형잡힌 시각을 지닌 올바른 결정을 하는 소비자라고 생각했다.

이런 맥락에서 과연 소비자들이 동네 치킨가게를 살리기 위해 비싼 돈을 지불해야 하는가, 소비자들이 정의보다 가격에 민감한 것을 탓할 수 있겠는가를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또 동네 치킨가게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나름의 강점을 살려 나가야 한다. 대기업과 같은 비즈니스 모델로 사업을 하면 당연히 경쟁이 불가능하다.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는 상품을 개발해 고객을 분할해야 한다.

치킨 사태에서 우리는 간단하면서도 잊기 쉬운 교훈을 다시 새기게 된다. 대기업의 기업윤리와 경제정의를 아무리 강조한다 해도 소비자들은 그 어느 누구보다 '이기적'이라는 것이다.



김종수 산업2부장 kjs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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