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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앤비전]뽑아야 할 대못 'DTI 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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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정부가 건설경기 부양책을 내놓았다. 올 들어 여섯 번째 대책이다. 핵심은 필자가 지난 여름 이 칼럼난에서 주장했던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와 강남3구 투기과열지구 해제다. 하지만 이번 대책이 부동산시장 회복과 거래 활성화에 어느 정도 기여할지 의문이다. 정부의 잇단 대책 발표로 부동산시장의 면역력이 높아진 데다 발표 시기도 늦어 타이밍을 놓친 측면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대책 내용도 '언 발에 오줌 누기'에 불과하다. 정부와 여당은 아직까지 뭘 몰라도 한참 모르고 있는 것 같다.

필자의 주택 건설업 경력 32년을 되돌아봐도 올해와 같이 시장 침체의 골이 깊은 시기에 제대로 된 대책 한번 나오지 않았던 경우는 없었던 것 같다. 그나마 억지로 비교할 만한 해가 지난 1998년 외환위기 때인데, 당시에는 정부와 여당의 강력한 선제적인 대응(분양가 상한제 폐지, 미분양 구입 시 양도세 면제, 미분양 주택 구입자금 출처 조사 면제 등)으로 시장 침체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그런데 외환위기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최악의 정책 부재에다 주택 경기는 끝 모를 파국으로 향해 가고 있는 지금, 제대로 된 정책은 없고 정치권은 여론 눈치 보기에 급급하기만 하다. 더욱이 여당은 이번 '12ㆍ7 대책' 발표를 앞두고 국토해양부가 강남권 투기지역 해제를 요청한 데 대해 민심 이반을 우려해 이를 거부했다고 한다.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그나마 작동하는 정당의 기능이 그저 내년 총선을 겨냥한 눈치 보기밖에 없는 것 같아 안쓰럽기까지 하다. 그러니 "집토끼(보수층), 산토끼(중도층) 다 놓쳤다"는 말이 나오는 게 아닐까.

지난 반세기 이상 산업 일선에서 고군분투하며, 대한민국이 오늘날 '수출 강국' '제조업 강국'이 되기까지 초석을 다진 어머니 같은 존재가 건설산업이라는 것은 아무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생산 및 고용 유발 효과가 다른 어떤 업종보다도 크고 모든 산업의 바탕이 되는 건설ㆍ주택업계가 지금 중환자실에 누워 있는 말기 암환자 처지에 놓여 있다. 입에 쓰다고 약을 처방하지 않고, 나중에 다소 후유증이 있을 것을 우려해 방사선 치료를 마다하면 결국은 파국으로 갈 수밖에 없다.

지금은 10년 전과 같은 부동산 투기 시대가 올래야 올 수 없는 상황이다. 주택부문은 사람으로 치면 환갑을 넘긴 노인으로, 옛날같이 장골의 청년(부동산 경기 활황기)으로 생각하고 계속 무거운 짐을 지우기에는 시대가 맞지 않는다. 등짐을 모두 벗게 하고 보약을 처방해도 예전 젊었을 때와 같은 활력을 되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금이라도 남아 있는 규제인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하고 금융 족쇄인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도 폐지해야 한다. 담보대출인정비율(LTV)을 주택 대출에 적용, 담보 감정가격의 40~50%로 대출을 통제하면서 소득에 따른 대출 규제(DTI)까지 중복 적용하는 것은 과잉 규제다. 주택 구입 잠재 수요를 꺾어 결국 주택 건설 경기 회복을 더디게 하는 또 다른 '대못'이다.

DTI 규제를 푼다고 해서 급격하게 가계 대출이 부실화될 것이라는 주장은 비 올 때 댐의 수문을 열었다고 아랫마을이 모두 홍수에 잠길 것이라는 얘기와 다름없는 과잉논리다. 오히려 댐의 수문을 여는 것이 댐이 수압에 의해 일시에 도괴(부동산 시장의 붕괴)되는 것을 선제적으로 예방하는 대책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정치 혼돈의 시대이지만 한나라당은 집권 여당으로서의 정체성과 긍지를 빨리 되찾아야 한다. 지금과 같이 실체조차도 모호한 반딧불 같은 여론의 향배에만 신경 쓰다 보면 결국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칠 수밖에 없다. 소신을 가지고 주택 정책을 지원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정부와 정치권은 지금까지 나왔던 대책들에 무늬만 입힌 대책이 아닌, 시장이 반응할 수 있는 확실한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그것만이 경기 침체를 막고 고사 상태에 빠져 있는 건설산업을 살리는 길이다.

김언식 DSD삼호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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