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반구에 위치한 인도네시아는 우리나라와 멀리 떨어져서 다를 것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닮은 점이 꽤 있다. 두 나라의 말은 산스크리트어에 뿌리를 두고 있어서 형용적 표현과 뉘앙스가 비슷하다. 먹거리도 두 나라 공히 매운 양념을 좋아한다. 인종적으로도 피부색이 다를 뿐 유전학 연구를 통해서 한국, 일본, 티베트, 인니 등은 아시아에서 가장 오래 살아온 인종으로 2~5%의 유전자를 공유하고 있음이 밝혀졌다. 이렇듯 인도네시아인의 언어와 감성에는 한류가 어필하는 이유가 숨어있는 것이다.
인도네시아 정부의 정책도 약 20개의 거점도시에 인프라를 집중하고 대도시안에서 소비와 서비스시장의 파이를 키운다는 전략이다. 이렇다보니 시장을 선점하려는 글로벌 자본들의 투자가 공격적이다. 네슬레, 다농, 코카콜라, 니신 등 다국적 기업들은 초기 대규모 투자를 감행해 현지생산을 통해 가격경쟁력을 갖추고 박리다매로 멀리 보는 접근을 하고 있다. 우리 기업들은 완제품 수출형태로 진출하고 있는데 불닭볶음면이 히트를 치면서 매출이 약 3배 늘었고 본가, 명가면옥, 비비고 등 프랜차이즈 식당들은 자카르타에만 10여곳이 성업할 정도로 고급 레스토랑으로 자리매김했다. 이제 인니에서 매콤달콤한 맛은 한국음식의 키워드로 모르는 사람이 없다.
세계 최대의 무슬림 인구를 가지고 있는 인도네시아는 역설적으로 가장 국제화된 나라이다. 무슬림이 주류이지만 기독교, 가톨릭, 불교, 힌두교 등 5대 종교를 인정한다. 인니에 식료품이나 화장품을 수출하려면 할랄인증을 꼭 받아야 하는 까다로움이 있는 반면, 할리우드의 최신 개봉작을 먼저 보려면 서울과 자카르타를 가라는 말이 있다. 한국산 화장품이나 스마트폰이 인기 있는 만큼 일본산, 중국산, 대만산 등 적당한 품질과 가격을 가진 수입제품들은 모두 구매대상이 되고 소비자의 브랜드 충성도 또한 낮은 편이다. 기회와 도전이 함께 섞여있는 큰 시장이다.
권도겸 한국무역협회 자카르타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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