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중국의 진면목과 본심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1992년 수교이후 25년간 양국은 2000년 마늘분쟁 때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좋은 관계를 유지해 왔다. 그래서 중국은 항상 친근한 나라이며 우리가 실수를 하거나 잘못을 해도 너그럽게 이해해 줄 것이라는 환상이 은연중에 한국인의 머릿속에 자리 잡게 됐다. 그러나 이런 생각이 틀렸다는 것이 이번에 증명됐다. 중국은 국가이익, 특히 안보, 영토문제 등 핵심이익 앞에서는 절대 양보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번 기회를 통해 뼈저리게 깨달았다.
셋째,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은 이번 사태를 현지에서의 준법경영을 확립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사드배치 결정이후 중국 소방, 위생, 세무 당국은 현지진출 한국기업 사업장에 수시로 나타나 현장점검을 통해 위반사항이 발견되면 영업정지 등의 조치를 내렸다. 물론 표적점검의 의혹이 강했지만 우리 기업들이 그동안 현지 법규를 지키지 않고 대충대충 경영해 온 탓이 컸던 것도 사실이다. 이는 중국진출 일본기업들과 대비되는 모습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넷째, 우리 제조업의 경쟁력 강화가 시급하다는 당연하고도 근본적인 지적이다. 사드사태 이후 중국인들의 한국제품 기피현상으로 대중수출과 현지매출이 타격을 입은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모든 것이 사드 탓만일까? 사드문제가 불거지기 전부터 이미 중국시장에서 우리 제품의 경쟁력은 약화추세를 보이고 있었다. 중국은 홍색공급망 확충, 제조 2025 및 인터넷플러스, 공급측 개혁 등의 조치들을 통해 우리를 바짝 추격했거나 이미 추월한 상태다. 우리 산업의 근본적 경쟁력 강화 없이는 사드문제가 해결된다 하더라도 중국에서 이전의 점유율을 회복할 가능성은 낮다.
서욱태 한국무역협회 상해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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