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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칼럼] 스타트업 잔혹사 끝내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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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 달간 언론에 가장 많이 등장한 스타트업은 카풀(승차공유)서비스를 운영하는 풀러스였다. 안타깝게도 '규제에 스러진 스타트업'의 모습이었다. 더 안타까운 것은 많은 사람들이 카풀서비스의 실패를 기정사실화하고 정부를 탓하는 데서 관심을 멈추는 것이다. 아직 풀러스는 서비스를 유지하고 있고 비슷하게 어려운 환경에 처한 스타트업들이 우리 주변에는 많이 있다. 때문에 규제를 해소하고 스타트업들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까지 나아가지 않으면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이대로라면 풀러스는 스타트업 잔혹사의 여러 사례 중 하나로 기록되고 시장에서 사라질 것이다.

이동수단과 관련한 산업(모빌리티 산업)은 그동안 규제 문제로 좌절한 스타트업들이 유독 많은 분야였다. 2013년에 한국에 진출했던 우버가 현행법 위반과 택시업계의 조직적 반발로 퇴출된 이후, 모빌리티 스타트업들을 향한 규제와 기득권의 압박은 반복돼왔다.
택시가 잡히지 않는 심야시간에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콜버스를 호출할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였던 '콜버스랩'은 우여곡절 끝에 전세버스 중개로 주사업을 전환해야 했다. 2016년 국토교통부는 규제를 풀어 심야시간 콜버스를 허용한다면서 기존 운송사업자와 협업하도록 제도를 개정했고, 서울시는 택시업체의 대형버스만 활용하도록 다시 규제를 들이댔다. 정작 택시업체들은 스타트업의 사업 확대에 관심이 없었고 결국 규제개혁 홍보사례로 이용만 당한 꼴이 돼버렸다.

온라인 중고차 매매 스타트업 '헤이딜러'는 규제로 인해 폐업까지 갔다가 다시 살아난 사례다. 헤이딜러는 2016년 오프라인 영업장 등 시설구비가 없으면 불법이라는 대못규제가 시행되면서 서비스를 중단했다. 이후 여론의 집중적인 비난에 정부가 단속유예 및 제도개선을 약속하면서 사업을 재개할 수 있었다. 사실 해당 규제는 올해 들어서야 완전히 폐지됐다.

카풀서비스는 우버 퇴출 이래 국내법에 허용된 '출퇴근 시간'에만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들이 속속 등장했지만 규제와 기득권의 압박은 여전했다. 경찰이 하루 3회 이상 운행한 운전자를 소환 조사하는가 하면, 정부에서 권고하는 출퇴근시간을 지키지 않으면 불법이라는 '그림자 규제'를 통해 스타트업들을 지속적으로 괴롭혔다. 택시업계는 규제 해커톤과 국회토론회마저 무산시키는 실력행사를 통해 기득권 지키기에 급급했다. 그 과정에서 3위 업체 티티카카는 문을 닫고, 2위 업체 럭시는 카카오에 인수됐으며, 1위 업체 풀러스는 경영위기를 겪고 있다.
우리가 모빌리티 스타트업의 생존을 걱정했던 최근 5년간 우버는 기업가치 80조원으로 성장했고 리프트ㆍ디디추싱ㆍ그랩ㆍ고젝 등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카풀 기반 스타트업이 여럿 나오고 있다. 그동안 우리는 진지한 논의도, 제도개선 방안도 마련하지 못한 채 시간만 허비했고, 여전히 많은 모빌리티 스타트업들이 불법과 합법의 경계에서 불안에 떨고 있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방법은 모두가 잘 알고 있다. 정부가 규제혁신 방향으로 제시한 '우선 허용하고 사후에 평가하는'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를 모빌리티 분야에 적용하면 된다. 복잡 다양한 허가제도에다, 법에 없으면 사업을 할 수 없고, 이해관계자가 얽혀 있는 한국형 규제의 문제점이 집약된 분야가 바로 모빌리티 산업이다. 혁신적인 스타트업의 사업모델은 우선적으로 허용하고, 서비스 성장에 따른 사회적 영향을 평가해 '국민 전체의 이익을 기준으로' 기존 제도를 개선하는 방식으로 전환하지 않는다면 모빌리티 산업의 혁신은 불가능하다. 정부가 약속한 '규제 샌드박스'를 하루빨리 마련하고 모빌리티 등 시급한 분야에 우선 적용해야 한다. 이제는 스타트업 잔혹사를 끝내야 한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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