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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칼럼] 인공지능 시대에 특허제도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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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형 지능정보기술연구원 원장, KAIST 명예교수

김진형 지능정보기술연구원 원장, KAIST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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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가 말하면 그 의미를 해석해 반응하는 기술의 특허 출원이 최근 3년간 크게 증가했다고 한다. 애플 시리ㆍ아마존 알렉사ㆍ삼성 빅스비 등 음성 인식 기술이 상용화됨에 따른 것이다. '해변에서 찍은 사진'이란 한마디에 관련 사진을 모아 보여준다. 또 스마트폰 전화에서는 수신자 상황과 상대를 고려해 자동응답 내용을 결정한다. 이런 기능들이 모두 특허를 취득했다. 그런데 이렇게 평범한 아이디어들이 특허의 보호를 받는 게 바람직한가 의문을 제기하고자 한다.

특허란 지식재산권(IP) 보호의 핵심으로, 발명 아이디어를 보호해 새 기술 고안 동기를 부여하기 위함이다. 기존 것과 크게 다르고, 당연한 확장이 아니면서, 효용성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특허에는 양면성이 있다. 아이디어 독점은 이를 이용한 새 아이디어의 발굴과 혁신을 늦추는 역작용이 있다. 혁신이 대부분 소프트웨어 형태로 이뤄지는 디지털 세상에서 특허제도는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는 것과 같다.
소프트웨어 특허는 대체로 모호하다. 수식에 특허를 허용하지 않듯, 알고리즘 자체에는 특허를 주지 않는다. 또 순수 소프트웨어 모듈로는 특허를 획득할 수 없다. 소프트웨어 모듈은 단지 저작권으로 보호될 뿐이다.

그러나 동일한 아이디어를 하드웨어로 구현한 물건은 특허를 받을 수 있었다. 이는 소프트웨어 구현과 하드웨어 구현은 상호 교환 가능하다는 대원칙에 비춰볼 때 모순이다. 구현 방식의 선택은 오로지 편의성과 경제성으로 결정되는데, 소프트웨어로 구현하면 특허를 받지 못한다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한편 특허제도는 글로벌에서 경쟁의 도구로 쓰인다. 경쟁국의 특허 정책에 따라 우리의 정책이 영향을 받는다. 미국ㆍ일본ㆍ유럽 등이 모호한 알고리즘과 사업 방식을 기술하는 비즈니스 모델에도 특허권을 부여하자 우리나라도 그에 대응하고 있다. 컴퓨터 프로그램을 특허법상 물건의 발명으로 인정하기로 한 것이다.
소프트웨어에 특허를 부여하는 기준이 너무 느슨하다는 비판이 있다. 일반적인 개념에 특허가 부여된다는 것이다. '온라인 가격 산정을 위한 소프트웨어'나 '웹 사용자의 선호도를 계산하는 소프트웨어'와 같은 모호한 개념이 대표적 사례다. 소프트웨어가 어떻게 작동할지에 대해서는 간략하게 설명했지만 구체적인 구현 방법이 없어도 특허를 부여했다.

특히 요즘 데이터의 기계학습으로 지능형 서비스를 만드는 경우에 무엇이 특허 아이디어인가. 엔진은 공개됐으니 데이터가 특허 대상인가, 아니면 훈련시키고자 하는 의지가 특허 대상일까. 취업 희망자의 면접 태도를 분석해 합격 여부를 결정하는 데이터 기반 인공지능(AI) 시스템도 특허 출원을 했다고 들었다. 어떻게, 무엇을 보고 의사결정을 할지 발명자는 모른다. AI가 스스로 학습할 것이기 때문에.

특허권이 이미 존재하는 아이디어에 부여되기도 하고, 심사관마다 다른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변호사를 동원해 교묘하게 서술하고, 반복 출원해 심사관들을 지치게 하는 전략을 사용하기도 한다. 애플의 AI 음성 인식 기술 시리의 특허 획득이 바로 이런 경우다. 2006년 출원 시도 이후 9번이나 거부당하다가 드디어 2011년 특허를 받았다.

애매한 특허들은 모든 잠재성을 포함하려고 한다. 따라서 이러한 특허가 승인되면 곧 소송이 시작된다. 애플의 특허 출원은 지난 10년간 거의 10배로 증가했고 특허 소송은 지난 20년간 거의 3배가 됐다. 특허제도의 경제적 비용은 엄청나다. 소프트웨어와 스마트폰 연구개발(R&D)에 사용하는 자금의 20%가 특허 소송으로 쓰인다고 한다.

소프트웨어 특허제도는 폐지하거나 개선해야 한다. 공개 소프트웨어에 대한 의존이 심화되는 디지털 사회에서 기술 발전과 혁신을 지연시킨다. 디지털 기술에 대해서는 특허 기간을 줄이거나 방어 목적으로만 사용하게 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김진형 인공지능연구원장·KAIST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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