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선과 기부의 역사는 장구하다. 자선(charity)의 어원은 사랑을 뜻하는 라틴어 카리타스(karitas)로 선물과 호의의 여신의 이름(charites)에서 유래했다. 그리스는 아고라 중앙에 카리타스의 재단을 설치하여 기부가 시민의 의무임을 표상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기부는 상호부조적 호혜성의 발현으로 공동체 구성원들에게 경제적 이해타산을 초월한 유대감과 결속력을 형성시켜 준다고 봤다. 존 로크는 기부를 공동체 일원으로 최소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시민의 권리로 파악했다. 현실적으로도 정부가 세금을 거둬 적재적소에 공공재를 공급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그 역량을 구비한 민간 영역이 있다면 정부의 역할을 대신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경제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현대사회에서 기부는 자생적 사회안전망 기능도 수행한다. 국가가 기부를 장려하고 세제혜택을 부여할 다양한 필요성이 있는 것이다.
미국의 기부전통은 미국인의 ‘선한 마음’에서 연유한 것일까? 기부자의 선의가 물론 중요하지만 세제상의 혜택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기부금 세제는 기부자 친화적 구조로 설계돼 있다. 자선 목적으로 기부를 하면 과세소득의 50%까지 소득공제 돼 소득세 부담이 높은 계층 일수록 혜택이 크다. 또한 주식을 기부하더라도 전체 주식의 20%까지는 증여세를 물리지 않는다. 미국의 기부문화 창달에 혁혁한 공을 세우고 있는 것이다. 영국은 기부금액의 20~40% 범위에서 소득공제를 허용해 주고 있다. 기부액의 기본세율만큼 자선단체가 국세청에 Gift Aid(기프트 에이드 : 개인들의 자선적 기부금에 세금 면제를 주기위해서 기부를 허락하는 제도)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해 기부 효과를 배가시키거나, 기부금액에 대해 최고세율을 기준으로 한도 제한 없이 조세감면 혜택을 부여한다. 일본도 2007년 소득공제 상한을 기존 30%에서 40%로 올리고, 공제적용 하한도 5000엔에서 2000엔으로 낮췄다. 전체 주식의 50%까지는 증여세도 면제된다. 프랑스는 기부금액의 66% 또는 75%에 대한 세액공제 혜택을 준다.
그러나 우리나라 기부금 세제는 홀로 ‘역주행’ 중이다. 고소득자에 대한 공평 과세를 이유로 2013년 기부금 공제가 소득공제에서 15%나 25% 세액공제로 변경됐다. 종전 30% 소득세율이 적용되던 개인이 100만원을 기부하면 그 금액이 소득에서 공제돼 30만원의 세금이 절감됐는데 이제는 15%의 세액공제에 따라 그 혜택이 15만원 감소됐다. 2014년 기부금의 대폭 감소도 이런 세제변경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공익법인에 주식을 출연한 경우 5% 또는 10% 초과 부분에 대해서는 증여세도 과세된다. 실제 주식 90%를 장학재단에 기부했다가 140억원의 증여세를 부과받은 사례도 있다. 고소득층에 대한 과다혜택방지의 정책적 목적이 있었겠지만 그 규제를 완화하더라도 기부의 본지가 상실되는 것은 아니다. 시나브로 꺼져가는 기부의 등불을 살리기 위해서는 소득공제 환원 등 기부금 세제의 전면적 개편이 필요한 시점이다. 기부의 혜택제한으로 얻은 세수이익보다 기부문화 고양으로 얻는 무형의 이익에 직시해야 한다. 향후 제2, 제3의 마크 저커버그가 우리나라에서도 등장하기를 꿈꿔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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