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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주택시장을 바꾸는 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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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용 한국감정원 시장분석연구부장

이준용 한국감정원 시장분석연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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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속한 경제성장에 비해 시장경제체제가 성숙되지 않았기 때문에 국내 주택시장은 여러 부침을 거듭해왔다. 그 과정에서 이득을 얻은 자들의 경험은 무용담처럼 남아있다. 그렇기 때문에 시장의 불안정과 특정 계층으로의 부의 집중은 언론의 관심 사항이 되고 이들이 내는 목소리는 경종을 울리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좋은 의도에도 불구하고 잘못된 단어의 선택이 시장의 분위기나 상황을 곡해한다면 이를 바로 잡을 필요가 있다.

최근 주택시장의 상황에 대한 표현들을 살펴보면 시장상황을 객관적으로 전달한다고 보기 어려운 단어나 말들이 있다. 지역별 주택시장 상황을 표현하는 '양극화'라는 단어가 대표적이다. 이는 서울 강남지역은 가격이 상승하는데 지방은 이미 하락세로 전환한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주로 사용된다. 보통 양극화 문제라고 표현할 때에는 기존에는 정상이었으나 특정 사유로 인해 일치될 수 없는 경향을 띠면서 그 격차가 벌어지는 전제가 있다. 하지만 지역별 주택시장은 수급상황이나 여건들이 달라 같은 움직임이 나타날 수가 없다. 특히 현 상황은 지역별로 수급불균형 정도가 다르거나 정책요인 영향이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양극화 문제라고 표현한다면 현재의 움직임을 반대방향으로 정상화시켜야 한다는 인식을 갖게 만들 수 있다. 서로 달리 움직이는 현상을 '양극화'가 아닌 '차별화'로 표현하는 것이 현 상황의 진단도 정확히 하면서 지역별 수급상황으로 인해 가격 움직임이 차별됨을 표현하는데 적절하다.
주택공급 증가로 주변보다 상대적으로 전세 값이 낮아져 주변 임차인들이 빠져나갈 때 쓰는 '역전세난'도 비슷한 경우다. 임차인 입장에서 바라보면 역전세난이라고 표현되는 상황은 새집에 저렴한 비용으로 임차를 할 수 있는 기회이고, 투자자인 임대인 입장에서는 투자 실패가 된다. 물론 임차인이 보증금을 제때에 반환받지 못할 수도 있지만 보증금 반환상품 등의 안전장치가 있고, 신규 공급 아파트의 전세임차인이라면 보증금 반환보증 비용을 지불하기 힘든 사회취약계층일 가능성은 낮다. 그렇기 때문에 임대주택시장의 만성적인 문제였던 임대인 우위의 시장상황이 공급증가로 인해 임차인 우위시장으로 전환되는 것을 표현하는 단어는 '역전세난'이 아닌 '역전세 현상'이 적절하다.

최근 서울 지역에서의 가구 이탈 증가 의미로 쓰는 '엑소더스'는 다른 해석으로 혼란을 빚게 하는 단어다. 시장에선 주로 그 원인을 주택가격이나 전세가격의 지속적인 상승에 따른 주거비부담 등을 지적한다. 하지만 서울지역의 거주가구 이탈은 참을 만큼 참은 상태에서 일어난 게 아니라 서울지역 주택의 대체재로서 주변 지역에 주택공급을 늘렸기 때문에 가능해진 것이다. 개발 완료되거나 진행 중인 택지지구나 신도시 그리고 혁신도시나 행복도시들은 대부분 주택가격이나 전세 값이 크게 상승했던 2000년대 중반에 개발계획이 승인됐다. 이들의 궁극적인 목적은 인구 및 주택수요 분산과 그에 따른 주택가격의 안정화 그리고 지방 균형발전 등이다. 개발완료 전까지 매매가격이나 전세 값이 지속적으로 상승한 지역이 있겠지만 현재에는 가격을 안정시키는 주요 역할을 해내고 있다. 결과만 보면 엑소더스라고 표현할 수 있으나 인구분산과 주택가격 안정이라는 목적을 위해 순차적으로 주택공급이 진행돼 왔고, 최근에 들어서 그 효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해석이 적절하다.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바라본다면 문제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되는 경우가 있다. 이 같은 잘못된 문제인식은 불필요한 정책도입과 사회적 비용 낭비 그리고 시장의 혼란을 가중시키는 또 다른 문제를 낳는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중립적 시각에서 시장을 정확히 진단하고 이를 객관적으로 표현해야 하는 것이야 말로 가장 중요하다.
이준용 한국감정원 시장분석연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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