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2라운드의 공이 울렸다. 김정은의 깜짝 방중으로 북ㆍ중정상회담마저 부지불식간에 지나가 버렸다. 일본과 러시아까지 한반도라는 링 위에 올라올 기회를 엿보고 있는 상황에서 한반도 운전자론은 더욱 힘을 받고 있다. 그만큼 우리의 역할이 중요해졌고 한반도 문제에 있어 남북관계가 중심에 설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북핵문제와 남북관계를 구분한 '투 트랙(Two-Track)' 방식으로 접근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남북관계가 비핵화 및 북ㆍ미관계와 상호 긍정적으로 선순환 구조를 형성하면서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분리해 접근해야 한다. 앞으로도 북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북ㆍ미 간의 협상은 매우 길고 지난한 과정을 반복할 것이다. 롤러코스터와 같다면 이제 더 이상 남북관계만큼은 같은 방향으로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하게 해서는 안 된다.
이번 정상회담은 6ㆍ15공동선언 정신 계승과 10ㆍ4선언 이행을 바탕으로 남북관계에 있어서 발상의 전환(paradigm shift)이 필요하다.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남북 간 기본협정을 체결하고 다양한 분야와 수준에서의 남북대화를 정례화 하는 남북관계를 체계적으로 제도화시키는 노력도 중요하다. 제재 국면에서 경제적으로 깊은 결실을 맺기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남북이 긴장을 완화하고 군사적인 신뢰를 구축하는 노력과 결실이 우선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미 남북 간 합의한 6ㆍ4합의(서해에서의 우발적 충돌 방지와 군사분계선에서의 선전활동 중지)를 복원하고 10ㆍ4 선언의 3조 "남과 북은 군사적 적대관계를 종식시키고 한반도에서 기장완화와 평화를 보장하기 위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하였다"를 이행하기 위한 노력이 중요하다. 여기에 정전협정 1조에 명시된 대로 군사분계선 남북으로 2km를 진정한 비무장지대(DMZ)로 만들고 한반도 중앙인 3번 국도와 경원선 지역의 지뢰를 제거해 남북 간 혈맥을 뚫길 기대해 본다. 이곳은 군사적으로 남북 상호 진격로를 터준다는 점에서 오히려 역설적으로 군사적 신뢰를 만들 수 있다. 나아가 우리 정부가 그리고 있는 한반도 신경제지도의 DMZ벨트를 현실화하기 위한 첫걸음이자 동해벨트와 서해벨트를 관통하는 연결고리를 만드는 시작점이기도 하다.
2018년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그려나갈 그림의 끝은 그저 남북 교류와 협력의 활성화가 아니다. 또 남북이 적대관계에 마침표를 찍고 평화공존에 만족하려는 것도 아닐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이제 더 이상 남북관계는 비핵화나 북ㆍ미관계에 좌지우지되는 종속변수로 머물러서는 안된다. 남북관계를 독립변수이자 모든 변수에 영향을 미치는 상수로 만들어야 한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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