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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혁신성장 말로만 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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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교수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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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의 가전 및 IT 전시회 'CES 2018'에선 올해도 우리나라 대표적인 가전회사들이 각자 장점이 있는 TV 등의 분야에서 혁신상을 휩쓸었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과연 우리나라가 미래의 먹거리 마련을 잘하고 있느냐는 불안감을 피할 수 없다고 말한다. 확연히 들어난 것은 인공지능(AI) 시대가 본격적으로 도래했다는 것이고 스마트 홈에서 스마트 시티로 그리고 커넥티드 카로 스마트 기술의 영역이 점차 광범위해진다는 것이다.

불안의 배경에는 우리가 이미 세계를 선점하고 있는 가전을 제외하고는 뚜렷한 새로운 제품과 시장을 선 보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SW산업 발전법으로 대기업의 SW 영업을 봉쇄하고 이미 2011년부터 뚜렸한 AI투자 열풍은 모르고 있다가 그들이 개발 성과를 자랑하는 알파고 흥행 이후에야 지능형 SW사회를 만든다고 호들갑을 떠는 정부의 정책 개발 수준에 비추어 놀랄 일도 아니다.
정부가 혁신성장이 소득주도 성장과 함께 두 바뀌론을 들고 나왔지만 눈에 보이는 전략은 아직도 들어나지 않고 있고, 정부가 주도해서 성장전략 산업을 육성하겠다는개발경제의 화석화된 모습으로는 어림도 없다.

대한민국이 혁신성장을 제대로 하려면 혁신성장의 주체에 대한 인식부터 새롭게 해야한다. 혁신성장의 주체가 벤처기업만이 아니다. 혁신성장은 모든 기업이 주최가 돼야 한다. 이번 CES에서 보듯 가전의 선두주자인 대기업들이 AI와 스마트 기술을 접목해서 성과를 보이듯 자동차를 모르는 기업이 커넥티드 카를 만들 수 없다.

우리정부의 혁신성장은 벤처기업이라는 등식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모든 기업이 혁신성장에 나서게 하려면 정부는 기업이 신바람 나게 투자에 나서게 해야 한다. 불행하게도 우리나라의 대기업은 경영권 방어와 사법처리의 위협에서 자유로운 기업이 거의 없다. 경영권의 보호 대책이 없으니 미래투자보다는 외국인 투자자의 눈치를 보며 주가 부양을 위한 곳에 자금을 쓰고 있다. 기업이 투자를 망설이지 않게 경제의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것이 혁신성장의 첫 걸음이나 정부는 지금 노동시장부터 불확실성을 매일 키우고 있다.
두번째는 혁신의 성과가 보상되는 경제가 돼야 한다. 그런데 혁신의 성과를 부정하는 가격통제 일변도이다. 정부의 고위 관리가 행정권력의 강압적 압력으로 치킨 가격을 인하시킨 것이 자랑이 되는 사회다. 통신비도, 등록금도 품질과 혁신이 아니라 모두 가격통제하겠다고 하고, 대출 자격도 금융회사의 신용평가 능력이 아닌 정부가 재단한 기준으로 결정된다. 품질과 혁신경쟁이 설자리가 없다.

혁신능력은 축적의 시간이라는 책에서 서울대학의 이정동 교수가 주장하듯 실패의 축적을 허용하는 사회이어야 한다. 그런데 실패를 결과론적으로 비난하는 사회가 되어서는 실패의 축적을 실험할 수 없다. 감사제도와 국회의 국정감사 등의 제도는 정책수행자들을 결과론적으로 처벌하는 역할로 사회를 주눅들게 하고 "실패하만 죽는다"는 심리를 확산하고 있다.

실험의 장과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것은 고질적인 문제다, 젊은이들이 실험할 수 있는 새로운 사업들이 기득권 이해집단의 저항과 표퓰리즘에 봉쇄되어 있는 현상은 정권이 바뀌어도 변함이 없다. 혁신은 잘하는 곳에 선택과 집중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낭비로 흐른다. 현재와 같이 실행 의지와 규제 혁파의 정치적 리더십없는 혁신성장 구호로는 저성장과 미래 먹거리 부족의 굴레에서 벗어날 길 없다. 그대로라면 내년 CES에서는 더 무서운 중국의 부상과 함께 우리의 미래에 대한 더 우울한 전망을 할까 두렵다.

이병태 KAIST IT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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