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떠오르는 이야기 한 토막. 미국에서 월드컵 대회가 열리던 때로 기억하니 10년도 훨씬 더 지난 일이다. 어느 신문 스포츠 면에 월드컵 전망에 대한 글이 실렸는데 필자가 미국의 전 국무장관 헨리 키신저였다. 키신저는 독일 태생으로 축구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그러니 신문사 입장에선 그의 이름값을 이용해 눈길을 끌 수 있다고 판단했던 모양이다. 그러나 그의 식견이 당시 한국대표팀 감독이나 해설위원 등 축구 전문가에 비할 수 있었을까. 기억으로는 키신저의 글을 읽으면서 '아!'하는 감탄보다 '키신저가 별 글을 다 썼네' 정도의 감상뿐이었다. 어쩌면 해당 신문으로는 그것만으로 만족했을지 모르나 이름값에 홀려 비싼 고료를 주면서도 독자에게 적정한 정보를 주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그런 이들이 귀담아 들었으면 싶은 이야기가 있다. 일전에 한 출판사 대표가 인망이 높은 어느 원로에게 책을 쓰십사고 간곡하게 조르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분은 기업인으로, 육영사업가로 남다른 성취를 이룬데다가 평소 처신이나 발언이 사회의 '어른'으로 꼽힐 만했기에 출판사 쪽에선 이래저래 그의 원고를 욕심낼 만했다. 한데 그분은 완곡하게 거절했다. "유명해지면 안 돼. 이름이 알려지면 본의 아니게 내가 모르는 분야도 이것저것 참견하기 쉬워. 그것 참 보기 좋지 않더라고"면서.
"말 타면 경마 잡히고 싶다"란 우리 속담이 있다. '말 타면 종 두고 싶다'라고도 하는데 사람의 욕심이 끝이 없음을 가리킨다. 그만큼 절제는 쉽지 않다. 자기 분야에서 이름을 얻으면 정치판을 기웃거리며 '권력'을 탐하는 이들을 많이 본다. '권위'에 만족을 못하는 경우다. 아니, 권위의 확장, 구체화를 도모한다 할까. 그렇게 벼슬을 따면 갑자기 없던 전문성이 생기는지 의욕이 넘쳐 이것저것 참견하려 든다. 이른바 만기친람(萬機親覽)형이요, 무불통지(無不通知)형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요즘 같은 세상에 그렇게 하다가는 탈나기 십상이다.
김성희 북 칼럼니스트ㆍ고려대 미디어학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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