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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소비자는 왕이다' 유통 규제의 절대 명제

최종수정 2018.01.19 09:37 기사입력 2018.01.10 10:22

[포럼]'소비자는 왕이다'  유통 규제의 절대 명제

올해 유통업계의 최대 쟁점은 유통 규제 강화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제출된 관련 법안이 무려 28개에 이르며 이를 통합한 유통산업발전법 일부개정안이 현재 입법 발의된 상태다. 동 개정안은 현행 전통상업보존구역과 일반구역을 상업보호구역, 상업진흥구역, 일반구역으로 개편해 대규모점포 및 준대규모점포의 입지를 차별적으로 제한하고, 재벌ㆍ대기업의 복합쇼핑몰에 대한 영업 제한을 추가하고 있다. 나아가 상권영향평가 대상업종 확대 및 투명성 강화, 인접지자체 의견수렴 강화, 지역협력계획서 미이행시 공표, 음성적 금품제공 금지, 등록된 건물 이외의 장소에서의 영업 금지 등 등록 절차도 강화하고 있다.

유통 규제의 근간에는 설령 기업 간 자유로운 경쟁이 저하되더라도, 경제적 약자의 보호나 상생협력, 균형발전과 같은 사회정치적 가치가 효율성으로 대변되는 경제적 가치보다 더 중요하다는 당위성과, 이를 보전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국민경제와 지역사회의 안정과 성장에 기여할 수 있다는 기대가 깔려있다. 하지만 이들 규제가 합리적이기 위해서는 첫째, 대규모 소매점이 중소상인의 생존을 위협하는 결정적 원인이고 둘째, 이로 인해 국민경제나 지역사회에 부정적 영향이 초래된다는 객관적 증거가 전제돼야 한다.

역사적으로 중소상인은 다양한 세력으로부터 생존의 위협을 받아왔다. 미국의 소매역사는 중소상인의 생존이 다양한 소매업태의 출현, 가치지향적 소비자의 증가와 소비패턴의 변화, 인터넷과 정보기술, 심지어 철도와 도로의 발달로부터 심각한 영향을 받아왔음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의 여러 연구는 대규모 소매점을 대상으로 하는 각종 유통 규제가 골목상권의 보호나 중소상인의 매출 증대라는 정책목표의 달성에 있어 유의미한 효과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대규모 소매점의 확산이 중소상인 쇠퇴의 근본 원인이 아닐 수 있음을 시사한다. 나아가 이들 연구는 대규모 소매점이 지역경제 활성화와 고용 확대 등 지역사회에 지대한 공헌을 하는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 실제로 이러한 이유로 영국이나 일본의 경우에는 낙후된 지역사회를 살리기 위해 대규모 소매점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있는 추세다.

무릇 경제적 가치와 사회정치적 가치는 모두 우리 사회를 건전하게 지탱하게 하는 중요한 요소다. 따라서 유통 규제의 당위성이나 기대가 잘못된 것이라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두 가치는 매우 이질적인 것이기에 양립불가능하고 상충하며 어느 것이 더 중요한가를 쉽게 판단하기 어렵다. 어느 하나만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이들 간의 조화 내지는 균형을 꾀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상충하는 가치가 대립함으로써 발생하는 갈등은 보다 상위의 가치를 통해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소비자 후생이나 편익은 대규모 소매점과 중소상인 간의 갈등을 해결하고 조화를 모색함에 있어 반드시 고려돼야 할 상위의 가치다. 왜냐하면 유통을 포함해 모든 경제관련 규제가 궁극적으로 소비자 편익의 증진과 국민경제의 발전을 목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통 규제는 경제적 관점에서의 '창조적 파괴', 사회정치적 관점에서의 '사회적 자본의 유지'간의 조화를 꾀해야 한다. 과도하고 불합리한 규제는 의도와 달리, 합리적 기대에 의해 시장이 작동하지 않게 하고 소비자 후생을 해치며 나아가 지역사회와 국가경제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유통 규제의 목표는 시장의 가장 중요한 경제주체인 소비자의 관점에서 모색돼야 하며, 대규모 소매점과 중소상인 간의 갈등은 이들 간의 상생이 아닌 소비자 후생의 제고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소비자 모두가 국민이고 국민이 국가의 주인이자 왕이기 때문이다.
임영균 광운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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