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4차산업혁명, 교육체계부터 바꿔야

김진형 지능정보기술연구원 원장, KAIST 명예교수

4차산업혁명이라는 화두가 던져진 지 벌써 2년이 흘렀다. 그 사이 대선이 있었다. 당시 모든 후보가 4차산업혁명을 거론했다. 정당과 정치권도 대책을 생각해 보았을 것이다. 또 중국처럼 4차산업혁명을 빠르게 준비하는 나라 이야기도 들어 보았을 것이다. 정부에서는 대통령 직속의 위원회를 구성했고 혁신경제를 추진한다고 선언했다. 국회에서도 하루에 몇 번씩 토론회가 열린다. 그런데도 우리가 이 변화에 잘 준비하고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이유가 무엇일까. 4차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이 무엇인가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없어서일까. 모든 분야, 심지어 인문학까지도 자신이 4차산업혁명의 핵심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모두들 4차산업혁명의 핵심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 알파고 승리에서 결론났다. 계속되는 인공지능의 쾌거는 과학기술은 물론 학문을 통째로 바꿔놓았다. 인공지능과 소프트웨어 기술의 위력은 강남의 엄마들이 먼저 알고 있다. 알파고 덕분에 코딩 사교육 열풍이라니 역설적 행운이라고 해야 하나. 알파고가 없었다면 우리는 아직도 인공지능이나 소프트웨어 기술에 큰 관심을 갖지 않았을지 모른다.
　
우리의 대응이 느린 것은 다가올 사회변화에 대한 합의가 없어서일까. 그것도 아닌 것 같다. 4차산업혁명의 기술이 무엇인지는 몰라도 이 혁명이 가져올 변화를 우리 모두는 잘 알고 있다. 자동화에 의해 전통적 일자리가 감소하고, 부의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란 것도 잘 안다. 또 신기술에 의해 혁신이 일상화 될 것이란 점, 자동화로 생산성이 높아지고 사회는 전반적으로 풍요롭게 발전할 것도 다 알고 있다.
　
양극화는 개인뿐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도 심화될 것이다. 어떤 나라는 큰 부를 축적하겠지만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나라는 파멸에 이를 것이다. 지난 500년간 세계 질서를 보면 '기술을 소유한 민족'이 세계를 지배했다. 제국주의가 이제 종료됐다고 믿는 것은 너무나 순진한 생각이다. 따라서 세계는 지금 인재ㆍ교육전쟁 중이라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 사회는 변하지 않고 있다. 안타깝게도 교육체계가 가장 안 변한다. 우리 사회가 변화를 거부하는 건 아마도 우리가 성취한 산업사회에서의 작은 성공 때문일 것이다. 산업사회 끝자락에서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작은 성공 말이다. 이것이 우리를 실패로 몰아 넣을까 걱정된다. 산업사회 성공은 앞으로 올 것에 비하면 별 거 아니다. 세계 GDP는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한다. 2011년 세계 부의 규모는 1970년의 5배다. 더 큰 판에서 새로운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아직도 옛 제도와 관행에 머물고 있다. 이러한 제도와 관행은 대부분 산업사회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노동자는 약자이고 보호돼야 하며 기업가는 사악하다는 고정관념에 젖어 있다. 창조적 파괴와 혁신은 적절한 경쟁에서 나온다는 것을 알면서도 제도는 경쟁을 회피한다. 최고의 지성이라는 대학에서조차 경쟁은 없다. 교수의 관심은 학생보다 전공의 안위에 쏠려 있다. 졸업생 대부분이 취업을 못해도, 학생수는 절대 줄이려 들지 않는다. 대학 경쟁의 상징인 '테뉴어' 제도는 한국에서 작동하지 않는다.
　
원룸 임대료가 내려간다고 기숙사 짓지 말라는 주민, 평등 교육을 위해 자립형 사학을 폐지하겠다는 당국, 대학 등록금 정해주는 나라에서 어떻게 4차산업혁명을 준비할 수 있겠는가. 공정한 경쟁을 받아들이는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하다. 다행히도 우리 젊은이는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어디에서 습득해야 할 지 잘 알고 있다. 인터넷 온라인 강좌가 이 문제를 해결해준다. 어느 교수의 강좌보다 명쾌하고 깊이 있는 인공지능 강의가 온라인에 가득하다. 학문은 학자만 하고 강의는 교수만 하며 학위가 실력의 증표인 시대는 이미 지나가고 있다.

김진형 지능정보기술연구원 원장, KAIST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