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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4차 산업혁명의 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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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두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연구위원

차두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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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4차 산업혁명 범람 시대다. 각종 단체들이 주최하는 4차 산업혁명 관련 행사들이 적지 않게 개최되고 있다. 때로는 어울리지 않는 분야인데도 4차 산업혁명이란 단어가 사용되는 실정이다. "이 행사가 4차 산업혁명과 무슨 상관이냐"고 물으면 "그래야 관심을 더 받을 수 있고 신문기사 하나라도 더 나가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일부 정부과제들도 마찬가지다. 과제 추진 합리성 확보를 위해선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논리다.

4차 산업혁명 관련주라는 것이 유행한지도 오래고 관련 자격증도 등장했다. 2017년 대학입시에서 4차 산업혁명 관련 미래자동차공학과 입학경쟁률은 100대1이 넘는 현상도 나타났다. 정권 키워드가 바뀌면 반복되는 현상들이다.
일부 전문가는 인더스트리 4.0, 디지털 트랜스 포메이션, 인공지능과 로봇, 사이버-물리시스템 등 자신의 전공과 업무 분야만을 4차 산업혁명 분야라고 내세우기도 한다. 해외에서는 4차 산업혁명이란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일본에서 사용하는 4차 산업혁명 관련 단어는 소사이어티 5.0이다. 5.0이라는 숫자를 사용해 독일의 인더스트리 4.0을 넘겠다는 의지도 보인다.
 
한편 정부는 4차 산업혁명의 주체가 민간이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민간기업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반대로 4차 산업혁명을 정부와 공공섹터에서 사용되는 단어로 인식하는 경향이 높다. 그만큼 정부와 민간 사이 인식 격차가 크다.

관련 부처들은 분주하다. 4차 산업혁명의 정의가 무엇인지, 어떤 산업들을 4차 산업혁명 범주에 포함시켜야 할지 고민하는 분위기다. 정부가 조성한 4차 산업혁명 전용 모태펀드 공고에는 향후 '4차 산업혁명위원회 등 정부에서 지정하는 산업 분야로 조정 가능'이란 단서가 붙어 있다. 일각에선 자율자동차ㆍ사물인터넷ㆍ드론ㆍ로봇ㆍ인공지능ㆍ융합기술 등 세계경제포럼이 제시한 기술들이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라 여기는 듯하다. 하지만 이런 분야들은 오래전부터 개발돼 오던 '고위험 혁신 기술'들로 이제 막 시장 개척에 나섰을 뿐이다.

정의 논쟁에는 외국인 전문가도 가세했다. 2012년 3차 산업혁명이란 제목의 책을 발간한 제러미 리프킨의 최근 인터뷰가 흥미롭다. 그는 세계경제포럼 클라우스 슈밥 회장이 마케팅 목적으로 4차 산업혁명이란 단어를 활용해 혼란을 부추켰다고 비판했다. 한국 정부나 기업을 향해선 어떤 표현을 쓰라고 강제할 순 없지만, 누구도 4차 산업혁명을 설명할 수 없을 것이란 말도 덧붙였다.
이 즈음에서 '혁명'이란 단어를 다시 생각할 수밖에 없다. 혁명이란 급진적이지만 필요한 모든 것이 갖추어진 완전하고 근본적인 변화다. 새로운 아이디어ㆍ방법ㆍ기기 등이 등장한다는 '혁신'과는 다른 개념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혁신과 혁명을 혼동해온 것은 아닐까.

'유행기술' 개발 중심으로 움직이는 정부 정책을 습관적으로 따르는 건, 4차 산업혁명 여부를 떠나 그다지 밝은 미래를 담보하지 못할 것이다. 경제발전을 목적으로 기술개발에 집중하는 건 산업사회 마인드다. 당연히 전통적 표준산업분류에 속한 기술만으론 혁명을 유도할 수 없다. 산업화시대 압축 성장에 성공했으니, 4차 산업혁명에도 성공할 것이란 안일한 대처 방법은 통하지 않는다. 4차 산업혁명이 무엇이냐 그 정답이 과연 존재하느냐 등 의견은 다를 수 있겠지만, 지금과 같은 피상적ㆍ근시안적 대응으로 변화를 선도할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올해 구성될 4차 산업혁명위원회와 4차 산업혁명 대응 범정부 종합대책에 대한 관심과 기대 그리고 우려가 공존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차두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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