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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글로벌 갑질 이기는 '브랜드'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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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공적자금관리위원회 민간위원장)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공적자금관리위원회 민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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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우리나라에서 대기업 비판론자들은 우리나라 경제에서 대기업 중심 구조로 인한 경제력 집중 등의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하면서 대만의 중소기업 중심 경제체제에 대해 높은 평가를 한 일이 있었다. 경제력 집중 문제 등에서 자유로운 상황이라 경제 운용이 가능해진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 보면 상황은 판이하다. 대만경제는 매우 힘든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들 비판론자들이 간과한 것이 바로 브랜드 이슈이다. 세계 시장을 석권할 수 있는 브랜드의 의미는 분명하다. 브랜드 자체가 부각되면서 기업의 이익이 엄청나게 증가하고 이를 바탕으로 고용과 투자를 대폭 늘릴 수 있다는 점이다.
패션, 향수, 액세서리 등 분야에서 브랜드 가치를 구축한 기업들은 제품원가 대비 엄청난 가격을 책정하고 이를 통해 기업 이익이 늘고 성과가 증대된다. 물론 이렇게 성장한 기업들에 대한 협력업체들도 같이 성과를 향유할 수 있지만 원청업체만은 못하다.

대만인들이 지금 가장 크게 아쉬워하는 중 하나가 대만을 대표하는 브랜드를 창출하지 못한 채 자국기업들이 부품이나 반제품을 납품하는 등 국제분업구조의 먹이사슬에서 아래쪽에 위치하게 된 점이다.

글로벌 시장에는 동반성장이란 없다. 처절한 약육강식의 법칙만이 존재할 뿐이다. 애플의 글로벌 시장에서의 갑질이 오죽 심했으면 애플과 거래하는 기업들은 "러시안룰렛 게임"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겠는가. 갑자기 디자인계약을 중단하거나 납품을 일시에 정지시키는 등 애플의 갑질은 상상을 초월한다. 대만기업 폭스콘도 이러한 먹이사슬 구조 속에서 애플제품의 생산하청 역할을 하면서 정말로 척박한 을의 위치를 견뎌내고 있다. 대만이 애플 같은 글로벌 브랜드를 개발하고 발전시키지 못한 아쉬움이 폭스콘을 보면 뚝뚝 묻어나는 모습이다.
올해 7월말 기준으로 글로벌 시가총액 500대 기업 중에 우리나라 기업은 삼성과 SK하이닉스만이 남았다. 2010년 말 대비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엘지화학 포스코 등 쟁쟁한 기업들이 500대 기업군에서 탈락했다. 남아있는 두 기업 중에서 삼성은 소비자와의 인터페이스를 통해 글로벌 브랜드를 자랑하고 있는 기업이다. 자신의 브랜드로 글로벌 시장에서 승부를 걸 수 있는 기업인 것이다.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 1심에서 유죄선고가 이뤄진 후 삼성의 윤부근 사장은 얼마 전 심정을 토로하면서 "어떻게 보면 개인적으로는 참 무섭다. 워낙 변화가 빠르기 때문에 함대가 가라앉는 것은 순식간이고 잠도 잘 못 잔다. 참담하고 답답하다" 라고 언급했다.

감정이 실려 있다고는 하지만 새겨들을 부분이 많다. 잘되는 것은 오래 걸리고 어렵지만 안 되기 시작하면 금방 무너지는 것이 기업의 생리이다. 잘못된 부분에 대해 사법부의 판단을 통해 내려진 결정이라 조심스런 접근이 필요하지만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브랜드를 창출한 기업의 총수가 유죄판결을 받은 부분이 자칫 엉뚱한 곳에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아직 2심과 3심이 남아있다고는 하나 다양한 부분에 있어서 국가경제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최근 우리 경제는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실험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을 심화시키고 있고 각종 반기업적 조치들로 인해 경제의 경쟁력 기반이 훼손되고 있는 모습마저 관찰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 정규직 전환 유도 등의 조치가 인건비 상승으로 이어지고, 탈원전 조치가 에너지 비용 상승으로 이어지고 법인세 인상 등이 세금비용 상승으로 이어지면 글로벌 경제체제 하에서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이 상당 부분 문제가 생긴다.

현 경제 상황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지나친 반기업적 분위기가 해소되면서 좀 더 기업친화적이고 경쟁력 제고적인 조치가 마련되기를 비는 마음 간절하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공적자금관리위원회 민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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