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포럼]태양을 가리는 달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이강환 서대문자연사박물관장

이강환 서대문자연사박물관장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오는 21일 오전(미국 시간) 미국에서는 달이 태양을 완전히 가리는 개기일식이 일어난다. 굳이 미국 시간을 사용한 이유는 이번 개기 일식은 거의 미국에서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개기일식은 태양과 지구 사이에 달이 위치하여 지구에 달의 그림자가 생기는 현상이다. 지구의 공전 궤도와 달의 공전 궤도가 일치한다면 매월 그믐마다 일식을 볼 수 있겠지만, 두 궤도면은 약 5도 기울어져 있기 때문에 일식은 자주 일어나지 않는 드문 현상이다. 그 중에서도 태양이 달에 완전히 가려지는 개기 일식은 지구의 아주 좁은 영역에서만 볼 수 있다.

개기일식은 보통 1년에 한 번 미만으로 일어나며 좁은 영역에서만 볼 수 있기 때문에 같은 지역에서 개기일식을 볼 수 있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이번 개기일식은 미국에서는 99년 만에 볼 수 있게 된 현상이다. 지구의 자전과 달의 공전으로 지구에 생기는 달의 그림자가 이동하기 때문에 한 지역에서 개기일식을 볼 수 있는 시간은 2분 정도이다.
개기일식이 특별한 이유는 지구에서 볼 때 태양과 달의 크기가 거의 똑같아 달이 태양을 아슬아슬하게 가리는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태양의 크기는 달의 약 400배 크지만 달이 태양보다 400배 더 가까이 있다보니 나타나는 현상이다. 더구나 달은 지구 주위를 타원 궤도로 돌기 때문에 겉보기 크기가 일정하지 않아 어떤 때는 태양을 완전히 가리지 못하고 태양의 가장자리가 남아있는 금환일식이 일어나기도 한다. 사실 평균적인 달의 겉보기 크기는 태양보다 작기 때문에 확률적으로는 개기일식보다 금환일식이 더 자주 일어난다.

과거에는 달이 지구에 더 가까이 있었기 때문에 개기일식을 더 자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달은 지구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고, 이 때문에 약 6억년이 지나면 지구에서는 더 이상 개기일식은 볼 수 없게 된다.

개기일식은 과학자들에게는 중요한 기회다. 태양의 채층과 코로나 등을 연구하는 사람들에게는 특히 그렇다. 태양 대기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유일한 기회여서다.
과학 역사에서 개기일식을 이용한 가장 중요한 사건은 1919년 일반상대성이론을 검증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1915년 일반상대성이론을 발표한 아인슈타인은 태양에 의해 휘어진 공간 때문에 별빛이 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런데 태양 근처에 있는 별은 태양빛 때문에 평소에는 관측할 수가 없다. 태양 근처의 별을 관측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는 태양빛이 달에 의해 가려지는 개기일식 때뿐이다. 영국의 천문학자 아서 에딩턴은 1919년 3월29일 개기일식 때 태양 근처의 별의 관측, 아인슈타인이 예측한 만큼 별빛이 휘어지는 것을 확인하였다.

개기일식이 일어나는 약 2분 동안은 별을 관측할 수 있을 정도로 깜깜한 밤처럼 된다. 태양이 달에 완전히 가려지는 순간과 어둠의 시간, 그리고 다시 태양이 등장하는 순간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감동적이어서 평생 그 느낌을 간직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그래서 비교적 여행이 편리한 미국에서 일어나는 이번 개기일식에는 전 세계에서 많은 관광객이 몰려들 것으로 예상된다.

개기일식을 보기 위해 외국으로 여행을 가는 것이 쉽지 않은 사람들은 우리나라에서 개기일식을 볼 수 있는 기회는 없나 궁금할 것이다. 다행히 없지는 않다. 2035년 9월2일 한반도에서 개기일식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남한에서는 불가능하고 평양을 포함한 북한 지역만 해당된다고 한다. 통일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때는 적어도 북한 지역을 어렵지 않게 여행할 수 있는 상황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이강환 서대문자연사박물관 관장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6년 만에 솔로 데뷔…(여자)아이들 우기, 앨범 선주문 50만장 "편파방송으로 명예훼손" 어트랙트, SBS '그알' 제작진 고소 강릉 해안도로에 정체모를 빨간색 외제차…"여기서 사진 찍으라고?"

    #국내이슈

  • "죽음이 아니라 자유 위한 것"…전신마비 변호사 페루서 첫 안락사 "푸바오 잘 지내요" 영상 또 공개…공식 데뷔 빨라지나 대학 나온 미모의 26세 女 "돼지 키우며 월 114만원 벌지만 행복"

    #해외이슈

  • [포토] 정교한 3D 프린팅의 세계 [포토] '그날의 기억' [이미지 다이어리] 그곳에 목련이 필 줄 알았다.

    #포토PICK

  • "쓰임새는 고객이 정한다" 현대차가 제시하는 미래 상용차 미리보니 매끈한 뒤태로 600㎞ 달린다…쿠페형 폴스타4 6월 출시 마지막 V10 내연기관 람보르기니…'우라칸STJ' 출시

    #CAR라이프

  • [뉴스속 용어]뉴스페이스 신호탄, '초소형 군집위성' [뉴스속 용어]日 정치인 '야스쿠니신사' 집단 참배…한·중 항의 [뉴스속 용어]'비흡연 세대 법'으로 들끓는 영국 사회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