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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가계부채 연착륙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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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두한 NH금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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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미국의 금리인상을 시작으로 글로벌 통화정책의 기조전환이 이뤄지면서 그동안 저금리 환경에 매몰됐던 금융질서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으며, 그 중심에 가계부채가 있다. 특히, 가계부채가 슬금슬금 몸집을 불려 경제 현안으로 성큼 다가옴에 따라, 가계부채의 리스크구조나 특성을 정교하게 파악ㆍ대응하는 정책 접근이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시기이다.

먼저, 가계부채의 양적 팽창은 'known knowns'(알려진 사실을 아는 것) 리스크로 볼 수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가계부채 잔액은 1360조원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여기에 기업대출로 분류되는 자영업자대출을 포함하면 실질 가계부채는 1700조원 수준으로 국내총생산(GDP)에 견줘도 100%를 넘는다. 즉, 가계의 신용팽창이 경제성장 속도나 가계소득 증가에 비해 과도해 금리나 주택가격 충격에 취약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가계부채의 'known unknowns'(모른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 리스크는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한 영역으로 규정할 수 있다. 이 중에서도 자영업자대출은 금융을 중심으로 주택, 건설, 소매 등 관련 산업이 구조적으로 맞물려 있어, 금융규제를 통해 관리할 수 있는 영역을 넘어선지 이미 오래다. 특히, 선진국 경제에 비해 자영업의 산업 편중이 심해 산업구조 재편이나 경기 충격이 취약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

또 자영업자대출은 다양한 형태로 기업대출, 개인사업자대출, 가계대출 등 도처에 흩어져 있어, 실태 파악조차 쉽지 않다. 자영업자대출 규모가 한국은행 480조원, 금감원 670조원 등으로 추정 기관에 따라 달라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측정할 수 없으면 관리할 수 없고, 관리할 수 없으면 개선하기 어렵다'는 피터 드러커 교수의 가르침이 새삼스럽게 느껴진다. 자영업자대출을 가계부채 트리거로 인식하고 금융보다는 자영업을 둘러싼 산업환경을 종합적으로 진단하고 관리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를 구축해야 한다.

주택금융은 미국식 모기지금융(원리금 분할상환 구조)으로의 패러다임 변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데, 이 역시'known unknowns' 리스크다. 주택담보대출에서 분할상환이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2010년 6.4%에서 2016년 45.1%로 불과 몇 년 사이에 7배 이상 급증했였다. 투기적 주택 수요에 적합한 후진적 대출구조(거치식, 만기일시 상환 등)를 원금을 상환하는 방식으로 유도하는 정책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급격한 대출구조 변화는 금리 상승시 상환흐름 충격이 시차를 두고 가계의 상환 여력 악화로 이어지는 '정책의 기간 불일치'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대출구조 개선은 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금리순환 주기 등을 고려해 추진할 필요가 있다.

한편, 가계부채 디레버리징(주택가격 하락을 수반하는 채무조정과정)은 언제든 위기 상황으로 전개될 수 있는'unknown unknowns'(모르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것) 리스크다. '주택의 버블주기' 특성을 추종하는 미국의 가계부채는 고강도 디레버리징 이후 경기 상승에 대한 강한 복원력을 보여주고 있다. 국내 상황과 비유하면, 가계부채 총량이 1360조원에서 1200조원 수준으로 줄어든 셈이다. 반면, 국내 가계부채는 '소득보전' 기능이 강해 위기를 수반하지 않고서는 이 정도의 부채 충격을 감내하기가 거의 불가능한 구조다.

결국, 가계부채 연착륙을 위한 정책 조합이 경제운영의 틀 안에서 유기적으로 설계돼야 한다는 의미이다. 가계부채 문제를 금융으로 풀려는 기존의 부채대책을 답습하기 보다는 부실의 원천을 정책으로 녹여내는 지혜가 필요하다.

특히, 금융정책을 중심으로 주택안정화정책(후분양제 도입), 통화정책(금리인상), 소득정책(가계ㆍ 기업 소득분배구조 개선), 산업정책(자영업 편중 리스크) 등을 아우르는 가계부채 피드백 구조가 설계돼야 할 것이다.

송두한 NH금융지주 NH금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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