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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부동산시장 문제에 대한 인식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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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고성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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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필자가 중ㆍ고등학생이었던 1970년대 장마철에는 더위도 더위지만 교실의 향기는 뭐라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요란했다. 남학생만 70여명이 좁은 교실에 모였으니 그 시큼한 젊음의 향기란. 당시 온수가 나오는 목욕탕이 집에 있는 학생이 한 반에 2명도 채 안됐다는 통계도 있었다. 제대로 씻고 다니지도 않는 학생들이 뿜어내는 냄새가 어느 정도였을지 상상도 가지 않는다. 한 방에 여러 형제가 같이 지내는 집이 많았던 때였다. 따뜻했지만 어려웠던 그 시절에도 우리나라의 주택보급률은 85%가 넘었다.

최근 주택 공급량의 적정성을 놓고 격론이 펼쳐지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서울지역 주택보급률이 96% 수준으로 거의 100%에 가까운 주택 보급이 달성된 만큼 최근 주택가격 상승세는 공급 부족에 따른 것이기보다는 투기세력에 의한 것으로 본다. 반면 일부 전문가들은 아직도 부족한 공급을 주택가격 상승의 원인으로 지적하고 있다. 주택보급률은 주택 수와 가구 수의 비율이다. 주택 사정이 어렵기는 마찬가지였던 일본의 경우 1970년대 벌써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었다. 그런데도 주택을 공급하는 건설산업은 어떻게 아직까지 생존하고 있을까.
주거 복지는 당연히 양적인 문제와 함께 질적인 개선 또한 고려해야 할 과제다. 앞서 얘기한 바와 같이 1970년대의 그립던 옛날 집으로 다시 돌아가라 한다면 아마 대부분의 국민은 그런 선택을 하지 않을 것이다. 현재 우리 국민주택 규모의 아파트는 1970년대에는 '고대광실(크고 좋은 집)'이었다. 경제가 성장하면서 국민들의 삶의 질도 이에 걸맞게 개선될 필요가 있다. 서울의 경우 20년 이상 노후된 주택이 전체의 72%를 차지하고 있다. 30년 이상 된 주택도 35%에 달하니 드라마 속 '덕선이'와 같이 1988년 서울올림픽을 함께 한 주택이 두 집 건너 한 채씩인 꼴이다.

정부가 말하는 대로 공급 부족 등 수급 상황에 따른 문제가 없는 가운데 일부 투기세력의 움직임에서만 원인을 찾는다면 시장에 대한 해법을 찾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시장은 주식시장과는 달라서 일부 투자자가 시장 내 가수요를 만들고 이를 통해 투기적 이익을 만들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부동산시장에 투자를 하는 경우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에 근거하고 이는 시장의 균형 상태에 대한 나름의 분석에 의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투기꾼들도 공급 부족에 따른 초과 수요로 인한 가격 상승이 예상되지 않는다면 쉽게 투자를 결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대규모 신규 택지 공급이 어려운 서울 지역의 경우 최근의 호황에도 입주 물량의 증가가 크지 않은 형편이다. 아울러 재건축의 경우에도 기존 조합원의 비중이 높아 일반분양을 통한 신규 주택의 공급은 과거에 비해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공급을 억제하는 규제를 확대하는 경우 오히려 자금이 여유 있는 투기꾼들은 장기전을 계획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단기적 투기꾼들은 수익률 제고를 위해 낮은 금리의 주택담보대출을 적극 활용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주택대출에 대한 규제의 강화는 일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실수요자와 투기꾼을 선별할 수 있는 재간이 없는 한 대출 규제는 내집 마련을 위해 달려온 실수요자들에게도 힘든 시간이 될 것이다. 이와 같은 복잡한 상황을 감안할 때 정부는 시장에 대한 보다 면밀한 분석을 통해 다각적인 방면에서 해법을 찾는 데 노력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정부 규제에 따른 시장의 변동성 증대가 향후 안정적인 주택 공급이라는 정책 목표 달성에 부담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고성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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