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ㆍ경 수사권 조정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시도된 적이 있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수사권 분권화' 실현 의지를 나타냈었고, 노무현 전 대통령 때에는 '검ㆍ경 수사권 조정 자문위원회'가 구성되기도 했다. 그 때마다 검찰과 경찰은 국민은 아랑곳하지 않고 '제 밥그릇 챙기기'라는 비난을 받을 정도로 충돌했으며, 검ㆍ경 수사권 조정은 상처만 남긴 채 아무런 진척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다 된 밥에 재 뿌린다'는 말을 보여주듯 청와대의 발표가 있은 지 불과 3일 후에 성동경찰서 강력팀 형사들이 무고한 시민을 보이스 피싱 용의자로 오인해 폭행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러한 사건이 겹친다면 검ㆍ경 수사권 조정을 실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이번에도 놓치는 것 아닌지 경찰은 우려하고 있다.
잊힐 만하면 터지는 경찰의 인권침해 사건을 접하면서 안타까움에 앞서 왜 이런 일이 되풀이 되는 것일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범인을 검거해야 한다는 사명감 때문일까, 아니면 경찰관 개개인이 성과에 현혹 되어서일까. 이도 저도 아니면 무엇 때문일까.
당연히 피상적인 인권교육이 아니라 경찰관 개개인으로 하여금 관련 법률을 정확하게 이해하게 하고, 적법하게 법을 집행할 수 있도록 사전에 철저한 교육이 선행돼야 한다. 경찰의 인권침해 발생 사례를 분석해 보면 상당수는 법률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경우가 많았다. 교육과 더불어 경찰관에게 인권이 체화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인권만 내세우다가 자칫 성과와 실적을 제대로 거두지 못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인권의식이 체화되면 성과와 실적은 크게 문제되지 않을 것이다. 물론 그렇게 되려면 종종 성과와 실적만을 중시하려는 경찰 지휘부의 태도도 당연히 변화해야 한다.
지난달 중순에는 경찰개혁위원회가 발족해 경찰 스스로 선제적으로 수사구조 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앞으로 경찰개혁위원회에서는 수사와 기소의 분리 등 수사권의 합리적 배분과 경찰 수사의 신뢰 제고 방안을 마련해 오는 10월 21일 경찰의 날 '경찰개혁 권고안'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한다. 경찰개혁 권고안에 인권친화적인 교육과 경찰관 개개인의 인권 체화 방안을 마련해 검ㆍ경 수사권 조정을 이룰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최응렬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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