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박근혜 게이트를 통해서 한국 사회의 많은 적폐들을 볼 수 있습니다. 가장 먼저는 무능입니다. 처음 최순실 게이트라는 이름으로 이 문제가 불렸지만 최종으로 그 모든 책임은 자신의 정치적 소신과 입장을 지켜내지 못한, 어쩌면 그 자체를 갖지 못한 박근혜 대통령 자신에게 있습니다. 자기 입으로 자기 생각을 국민 앞에서 말하지 못하는 정치인에 대해서 우리는 좀 더 냉혹한 평가를 해야 합니다. 민주주의는 불편하고 또 불편한 제도입니다. 지시와 명령으로 일사분란함을 추구하는 독재와 달리 끊임없이 설득하고 설명하고 조율해야 하는 제도이기 때문입니다. 불쌍하고 짠해서가 아니라, 혹은 정반대로 나보다 학벌 좋고 돈 많고 배경이 좋은 사람이여서가 아니라 얼마나 나의 목소리를 잘 대변해 줄 것인지를 얼마나 비전과 능력이 있는 사람인지를 이제는 평가해야 합니다.
세 번째는 권력입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는 헌법조항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대의민주주의 하에서 공직자와 정치인은 사적 이익이 아닌 공적 이익, 다시 말해 주권자인 국민의 권익을 지키기 위해서 일 해야 합니다. 그러나 여전히 물구나무를 서서라도 당선만 되면 그만이고, 선거가 끝나고 난 이후부터는 국가를 수익기반으로 삼아 자기의 정치적 동료들과 주변 지인을 위한 사익을 추구하는 데 혈안이 된 대표자들이 얼마나 우리의 삶을 어렵게 만드는 것인지 여실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네 번째는 불공정입니다. 헬조선과 흙수저로 대표되는 한국사회의 현실은 단순히 지표상의 삶이 어렵다는 문제만이 아닙니다. 점점 희망을 잃어가고 있는 사회에 대해 국가공동체가 느끼는 집단적 고민일 것입니다. 힘 있는 부모를 가진 누군가를 위해 상대방보다 높은 성적의 사람이 불합격 처리되고, 자기 비서로 있었던 사람을 취업시키기 위해서 규정을 변경해버리는 불공정의 현실을 보면서 이 사회를 그대로 두고서는 우리 모두가 살아 갈수 없다는 절박한 외침입니다.
김광진 전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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