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동서냉전의 한 축이었던 구 소비에트 공화국이 해체되었다. 그 시점을 기준으로 소비에트 내에 있던 우크라이나 등 여러 국가들이 줄줄이 독립을 하여 오늘날과 같은 형태의 세계지도가 만들어졌다. 소련이 그렇게 해체된 것은 물론 외부의 힘이나 침략 때문이 아니었다. 2차 대전을 승리로 이끌었던 ‘붉은 군대’는 여전히 막강한 화력을 자랑하고 있었고, 미국과 함께 전 세계를 덮고도 남을 핵으로 무장되어 있었다.
소련이 해체된 결정적 한 방은 바로 보리스 옐친이라는 사내로부터 나왔다. 고르바쵸프에 의해 무르익어 가던 개혁개방 정책에 그는 독립 러시아공화국이라는 깃발을 들고 결정적 슛을 날렸던 것이다. 구 소련의 입장에서 보면 그것은 분명히 ‘자살골’이었다. 그것으로 강력한 철의 장막은 무너졌고, 2차대전 후 반세기를 끌어온 동서냉전도 막을 내렸다. 소련 대신 여러 작은 나라들이 등장하였고, 미국과 맞서는 세계 패권도 중국에게 넘겨주지 않으면 안 되었다.
하지만 역사에는 간지(奸智)라는 것이 있다. 짧은 눈으로 보자면 재앙이지만 긴 눈으로 보자면 인류가 발전해나가는 하나의 과정이라는 것이다. 거대 공화국 소련이라는 사회주의적 질서도, 서구 열강의 정치적 경제적 블록인 EU라는 자본주의적인 질서도 결코 영구적인 질서는 아니다. 아니, 영구적인 질서가 되어서는 안 된다. 질서의 내부가 병들기 시작하면 질서는 반드시 그 내부로부터 붕괴되기 마련이다. 지금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신자유주의 시장 경제, 국경을 넘어 세계화를 외치는 질서 속에는 부자는 더욱 부자가 되고, 가난한 자는 더욱 가난해져 아무리 발버둥쳐도 결코 헤어날 수 없는 절망이 자리잡고 있다. 지구촌 어디에나 가난뱅이는 넘치고,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는 실업자 젊은이들은 남아넘친다. 골칫거리인 IS에 합류하기 위한 긴 행렬 속에는 그들이 있다. 반대로, 불과 225명의 세계 대부호의 총자산은 1조달러가 넘는다. 이것은 전세계 가난한 자들의 47%, 약 25억명의 연간 수입과 맞먹는다. 빌 게이츠의 재산은 가난한 미국인 1억 600만명의 총자산과 맞먹으며, 세계100대 글로벌 기업들의 매출은 각각 가난한 나라 120개국의 수출 총액보다 많다. (출처 장 지글러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이런 질서를 계속 유지하라구? 그냥 그렇게 살라구? 당신이라면......?
김영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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