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죽기 살기로 권력의 개 노릇을 하는 이들이다. 영화 속 이들은 상부 지시라든지 이런 것만 있으면 곧바로 “받들겠습니다!”를 복창한 다음 생때같은 사람 몸뚱이를 갈기갈기 찢어 놓는 짓을 일상 다반사로 행했다. 나는 이들을 보면서 피가 거꾸로 솟는 분노를 십수년만에 느꼈는데, 문제는 1987년 그 시절의 대표견(犬)중 하나였던 박처원 치안감과 동렬에 있는 이들은 예나 지금이나 세상천지에 널려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런 실험적 사례 연구는 대부분 인간이 권력적인 상황에 노출될 경우, 자신의 자율적인 판단 대신 상황이 요구하는 대로 행동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예를 들어 누군가에게 교도관의 역할을 주었을 때, 이들은 주어진 역할에 따라 아무 거리낌 없이 재소자들에게 무자비하고 잔인한 짓을 일삼는 행태를 보인다는 것이다. 또 학생의 학습을 강제하는 교사 역할을 맡기고 무제한의 폭력행사를 허용해 주었을 때 놀랍게도 최고 수준의 폭력을 행사하는 실험결과들이 나온다. 나치 독일하에서 유대인 학살 총책을 맡았던 아이히만의 경우도 재판정에서 자신의 행위에 대해 "상부의 명령에 따른 행위여서 전혀 양심의 가책을 받지 않았다"라고 항변했다. 정치학자 아렌트는 이에 대해 “스스로의 판단 대신 상부의 의지를 판단기준으로 삼은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이처럼 상황에 따라 인간의 행동이 결정된다는 가설에 충실하게 되면 박 치안감과 같은 잔인무도한 행위를 막기 위해서는 어찌해야 하는가. 앞의 감옥실험을 수행했던 심리학자 필립 짐바르도는 인간을 사과로 본다면 문제는 사과가 아니라 사과 상자에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다시 말해 사과 아닌 사과 상자를 정화해야 한다는 거다. 권력에 맹종하는 인간 군상의 특성상 잔인 무도 행위를 막기 위해서는 바로 문제의 권력을 견제하고 통제해야 한다는 해법으로 이어진다. 즉 인간 개개인에 기댈 것이 아니라 시스템을 제대로 디자인하고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응 수긍이 가는 이야기이다.
류을상 논변과소통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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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빼려고 맞았는데 아이가 생겼어요"…난리난 '... 마스크영역<ⓒ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