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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신광렬 판사의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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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을상 논변과소통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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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 수감 중이었던 김관진 전 국방장관에 대한 서울중앙지법 신광렬 부장판사의 석방 결정은 아무리 선해하더라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김관진 피의자가 받고 있는 혐의가 첫째 이유고, 구속적부심의 원리와 관행에 비춰 납득이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렇다.

김 전 장관이 받고 있는 혐의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사이버사령부라는 군 조직을 동원해 대통령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여론 조작 행위를 했다는 점. 다른 하나는 댓글 공작 군무원(공무원) 채용 과정에서 호남 사람들을 ‘국가관에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배제하도록 지시했다는 점이다. 혐의대로라면 신성해야 할 군 조직을 선거에 동원했다는 점에서 군을 오염시켰고, 특정 지역이라는 이유만으로 공직 채용에서 차별했다는 점에서 이 땅의 민주질서 법치질서를 무너뜨린 반국가적 중대 범죄에 해당된다.
이런 김 피의자에 대해 신 판사는 “범죄 혐의에 관해 다툼의 여지가 있고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믿을만한 충분한 이유가 없다”며 적부심에서 그의 청구를 받아들여 풀어줬다. 이는 같은 법원의 강부영 영장전담 판사가 당초 김 피의자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내렸던 판단, 즉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 인멸의 염려가 있다”는 구속 결정 이유와 전면 배치된다. 같은 피의자에 대해, 같은 법원의 판사가 이미 내렸던 판단을 뒤집은 것이다.

법률 영역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번 적부심 인용 결정은 구속적부심의 원리와 관행에 비춰 대단히 이례적이다. 적부심은 구속이 위법하거나 계속할 필요성이 없는 경우 석방하는 제도로, 김관진의 경우 아무런 사정변경이 없는 상태에서 석방했으니 당초 영장심사에서 내렸던 강 판사의 구속 결정이 법률에 위반됐다는 선언이라는 해석이다. 일반적으로 법원은 사기나 횡령 등 재산범죄에서 피해자와의 합의 등 의미 있는 사정변경이 있는 경우 예외적으로 석방 결정을 내려왔다는 점 등, 관행측면에서 보더라도 이번 신 판사의 결정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이다.

문제는 일반 국민이 이번 판결에 대해 갖는 의구심이다. 같은 사실 관계에 대해 법률이 정한 ‘구속 사유’라는 같은 ‘잣대’로 판단했다는데 판사에 따라 구속과 석방으로 결론이 바뀌었다는 점에서 누가 납득이 되겠는가. 범죄혐의는 ‘소명이 됐다’와 ‘다툼의 여지가 있다’로, 증거인멸 염려는 ‘있다’와 ‘없다’로 갈린다. 특히 증거인멸과 관련, 김 피의자가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데도 신 판사가 증거인멸 염려가 없다고 판단한 것은 대단히 독특한 관점이다. 김관진 사건의 경우 앞서 본대로 중대한 반국가적 범죄 성립 여부를 가리는 사안이라, 이번 신 판사의 결정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깊은 의구심을 품게 된 것이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법원과 신 판사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법관의 판결에 대해 더 이상 왈가왈부하지 말라는 오만으로밖에 읽히지 않는다. 일부 알만한 언론에서도 국민들의 문제 제기에 대해 사법부의 독립을 해치고 법치주의에 대한 폭거라고 일갈하고 있다. 법관의 판결에 대한 국민들의 이유 있는 문제 제기와 검증은 지극히 당연하고 필요한 태도다.

헌법에서 법관의 자리에 독립성을 보장해 주는 것은 그만큼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라는 것이다. 법관 한 사람이 자의적으로 판결을 하게 되면 판결의 신뢰와 사법부의 독립성은 송두리째 무너지게 된다. 흔히 법관은 판결로 말한다고 한다. 이는 다름 아닌 당사자와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합당한 결론과 이유를 제시하라는 상식의 확인이자 요청이다. 신 판사는 국민적 문제 제기에 대해 성실하게 전문가적 판단과 설명을 제시해야 한다. 그것이 법관 공무원으로서 시민적 책임을 다하는 길이다.

류을상 논변과소통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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