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고민이 결국 '무엇이 좋은 사회인가'라는 본질적 질문으로 이어졌다고 한정화 한양대 교수는 중소기업청장 시절을 회고한 저서에서 말했다.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것이 그들의 체력을 약화시키고 시장경제의 본질을 훼손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지나친 복지가 국민을 게으르게 한다는 복지확대 반대론자들의 논리와 유사하다.
그러나 중소기업의 혁신 성과를 보상해주지 않고 그 과실을 대기업이 독차지 하는 게 '납품단가 후려치기'의 실제 모습이다. '원가를 절감했으니 단가를 낮춰라'는 대기업의 요구에 응하는 순간, 중소기업은 누구를 위해 혁신했는가 자문하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은 간단히 말해 불공정한 게임이다.
대기업 반열까지 접근한 거의 유일한 중견기업으로 셀트리온이란 회사가 있다. 그들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어떻게 회사를 성장시킬 수 있었을까. 초창기 셀트리온도 대기업 납품에 의존했다. 그러나 한국 대기업이 아니었다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 굴지의 다국적제약사와 거래한 셀트리온은 기술혁신을 통해 생산성을 높였고 세계 무대에서 '자생력'을 갖춘 기업으로 성장하는 기반이 됐다.
더 이상 고용하지 않는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으로 성장하고 고용이 이루어지는 경제가 저성장 시대의 돌파구라는 데 이견을 달 사람은 없다. 중소기업이 발전하고 기회형 창업이 증가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복지가 아닌 투자임은 그래서 자명하다. 공존할 것인가 공멸할 것인가. 그 선택에 우리와 우리 후손의 미래가 걸렸다는 진단은 지나치지 않다.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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