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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인종주의에 기름부은 트럼프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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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별 아시아경제 뉴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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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뉴욕 김은별 특파원]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11년부터 당시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에게 '아프리카 출신'이라는 공격을 받았다. 트럼프는 오바마 전 대통령을 공격하며 정계에 입문했다. 그는 오바마가 미국 태생이 아니기 때문에 대통령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미셸 오바마 여사가 백악관에서 지낸 8년간 가장 속상했을 때는 언제였을까. 자신이 '원숭이'에 비유되며 인종 비하 발언을 들었을 때라고 미셸 여사는 회고했다. 지난달 미국 덴버에서 열린 콜로라도 여성재단 30주년 기념 모금행사에 참석한 그는 '미국 최초의 흑인 퍼스트레이디로 유리천장을 깼는데, 깨진 유리 조각으로 가장 아프게 찔린 경험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한 공공기관 임원이 자신을 '원숭이'에 비유한 일을 언급했다.
미셸 여사는 "나라를 위해 8년간 정말 열심히 일했다는 걸 알면서도 여전히 피부색을 이유로 나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이 있었다"며 "지우고 싶은 기억"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11월 클레이카운티 개발공사 이사로 근무하던 파멜라 램지 테일러는 페이스북에 "품위있고 아름답고 위엄있는 퍼스트레이디를 갖게 돼 기운이 난다. 하이힐을 신은 원숭이를 보는 것에 신물이 난다"는 글을 올려 물의를 빚었다.

기회의 균등과 평등, 인종의 용광로, '멜팅팟(Melting Pot)'. 미국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단어들이다. 그러나 실제로 아직까지 미국 내에서 인종 이슈는 총기소지 문제와 더불어 여전한 골칫거리다. 대통령 내외조차도 인종차별 이슈에서 벗어나기 어려웠던 것을 보면 느낄 수 있다.

아직도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경기장에선 유색인종을 찾아보기 어렵고, 아시안계 미국인들에게 "Where are you originally from?(어느 나라 출신이냐)"라고 묻는 질문이 공공연하다. 대놓고 드러내진 않지만, 그만큼 뿌리 깊은 문제라는 얘기다.
그런데 대놓고 드러내지 않던 인종차별주의자들이 최근 들어 얼굴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1920년대에나 기승을 부리던 극도의 인종차별주의자들이 '커밍아웃'을 하게 된 것이다. 지난 12일(현지시간)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에서 나치 깃발을 흔드는 백인우월주의 시위대로 인해 촉발된 폭력사태가 바로 그것이다.

사태를 잠재워야 할 대통령이 오히려 사건에 기름을 부었다. 불씨가 꺼져 갈만 하면 또다시 기름을 붓는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뉴욕 트럼프타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양쪽 모두에 책임이 있다"며 "그에 대해 의심의 여지가 없고, 여러분들 또한 의심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희생자를 위로하고 가해자를 비판하는 국가 지도자의 기본 의무마저 저버린 것이다. 본인의 지지 기반이 중산층 백인 노동자들이긴 하지만, 그의 정치적 이유 때문에 미국의 근본 가치까지 흔들리고 있는 셈이다.

그나마 미국에게서 희망을 볼 수 있는 부분은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인종주의를 비난하고, 맞불시위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샬러츠빌 충돌 사태의 원인이 양쪽에 모두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 이후 방송된 미 CBS의 '더 레이트 쇼'의 진행자 스티븐 콜베어의 발언은 미국인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네 그렇죠. 두 가지 쪽이 있죠. 마이너리티(소수자)를 싫어하는 쪽과, 마이너리티를 싫어하는 걸 막으려는 쪽. 나치와 연합군이 맞선 노르망디 상륙작전(D-Day)을 기억하나요? 그것과 마찬가지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대안좌파들은 좌파가 아니고, 반(反) 나치 주의자입니다."

그의 발언에 방청객에선 환호가 튀어나왔다. 환호하는 방청객, 페이스북에서 이 영상을 공유한 사람들이 시대착오적 생각을 하는 침묵하는 다수보다 많기를 바랄 뿐이다.





뉴욕 김은별 특파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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