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이해한 바로는 가상화폐와 블록체인을 분리할 수 없다는 주장은 블록체인이라는 것은 공유가 중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보상의 개념인 가상화폐는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양자가 분리 가능하다는 주장에는 블록체인이 가지고 있는 기술적인 의미가 크기 때문에 어떻게 응용하느냐에 따라 가상화폐가 아닌 형태로도 보상이 가능하다는 생각이 자리하고 있다.
블록체인 관련 글들을 보면 주로 등장하는 단어가 '분산원장'이라는 것이다. 거래내역이 기록돼 있는 원장이 중앙에 집중 보관되어 있지 않고 다수에게 공유되어 있다는 것이다. 분산원장 시스템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불특정 다수가 보유하고 있는 컴퓨터의 저장공간 중 사용하지 않는 부분을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블록체인은 분산원장 시스템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이들 여유 공간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나의 컴퓨팅 시스템을 만들어 주는 기술이라고 하는 게 더 정확한 설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블록체인을 금융시장 관점에서 보면 중앙집권적 금융시스템에 커다란 변화를 줄 수 있는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금융시장은 신뢰를 사고파는 시장이다. 그동안 이러한 신뢰를 뒷받침해 주었던 것이 중앙집권화된 기구나 조직이었다. 그런데 블록체인은 이러한 중앙집권화된 기구가 아니라 불특정 다수가 신뢰를 뒷받침해 주는 주체가 될 수 있게 해준다. 이는 금융시스템에는 큰 변화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다. 아직 가시적인 혁신 사례가 많지는 않지만 이러한 변화가 생산적이 되기 위해서는 정책 당국과 시장 참여자들 간의 의사소통을 기반으로 소모적인 논란을 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금융은 규제산업이기도 하지만 새로운 성장 가능성도 잠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블록체인을 활용한 혁신적 변화가 구체화되지는 않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이 갖고 있는 잠재력이 다른 부문과 결합할 경우 확장성이 커지게 될 것이다. 현재 블록체인 활용 노력이 다양한 부문에서 시도되고 있어 조만간 보다 구체적인 혁신 사례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4차 산업혁명의 특징 중 하나는 기술이나 플랫폼을 지배하는 소수에 헤게모니가 집중된다는 것이다. 블록체인 기술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고 본질적으로는 금융과 비금융 간 결합의 매개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블록체인 기술의 활용 여하에 따라 금융산업뿐 아니라 여타 산업의 확장성이 제고될 수 있을 것이다. 기술의 선점이 중요한 시대임을 고려할 때 블록체인 활용 기술 확보가 시급해 보인다. 중장기적인 관점으로는 금융정책과 산업정책이 분리되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판단이다.
구용욱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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